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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모] 회심한 한 사람의 영향력

복음뉴스 0 2022.08.13 09:21

제목 : "조선 땅을 내게 주소서!" - 초기 선교사 편지에 담긴 이야기 (7) 회심한 한 사람의 영향력

글 : 조진모 목사 (전 합동신학대학원 역사신학 교수)
 

<지금까지의 줄거리>

1884년부터 복음 전파의 사명을 지닌 미국선교사들이 입국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쇄국정책이 사라진 조선에 변화가 찾아온 것입니다. 최초 상주 선교사이자 제중원 설립자인 호레스 알렌에 이어, 1885년에는 연세대학교 설립자 호레스 언더우드와 미국 북장로교가 최초 조선 선교사로 파송한 존 헤론 등이 합류하였습니다.

 

존 헤론

18856월에 입국한 존 헤론 (John Heron, 1856-1890) 선교사는 영국 더비셔에서 태어났습니다. 스코틀랜드 회중교회 목사였던 부친으로부터 신앙적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던 중, 1870년에 가족과 함께 미국 테네시 주로 이민하여 정착하였습니다.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는 1883년에 우수한 성적으로 테네시 의대를 졸업하였습니다. 그 후 New York University 의과대학에서 전문의 훈련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헤론은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의사였습니다. 테네시 의과대학 관계자는 헤론에게 모교로 돌아와 교수로 사역할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부와 명성을 누리며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그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보람된 삶이 어떤 것인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습득한 의술을 통해 자신의 유익을 구하는 삶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복음을 전하는 도구로 쓰임을 받으며 살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그 당시 미국 북장로교가 조선 선교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헤론이 그 사역을 감당하겠다며 자원하였습니다. 선교본부는 크게 기뻐하며 훌륭한 의술과 헌신적 정신을 지녔던 헤론의 요청을 받아드렸습니다. 결국 안락한 생활을 뒤로하고 복음과 함께 고난을 기쁘게 받기로 자청한 그를 1884년 봄에 조선 선교사로 임명하였습니다. 알렌보다 앞서 최초 교단 의료 선교사로 파송 받은 헤론은 한국교회사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입니다. 참고로, 알렌은 먼저 1883년에 중국 선교사로 파송되었다가, 후에 18849월에 조선으로 선교 임지를 변경하면서 조선 선교사로 파송 받은 것입니다.

 

간절한 편지

헤론이 조선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동기가 무엇이었을까요? Missionary Review of the World 라는 선교잡지 18831213일자에 실린 편지 때문이었습니다. 이 편지는 이수정이라는 일본에 거주하던 한인 기독교인이 작성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미국 기독교인들에게 조선 선교를 간곡히 부탁하는 내용을 진솔하게 기록하였는데, 일본에서 자신과 교류하던 미국 선교사들을 통해 전달된 것입니다. 이 편지를 읽으며 큰 감동과 도전을 받은 헤론은, 미지의 땅에 가서 의술을 통해 복음을 전하겠다고 굳게 결심하였습니다.

 

이 편지의 중요 부분을 소개하겠습니다. “우리의 조국에서 수많은 백성들이 아직 참 하나님의 길을 모르고 이방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직 주님의 은혜의 복음을 받아드리지 않았습니다. 이 복음전파의 시대에 우리나라는 불행이도 눈에 띄지 않은 지구촌 한 구석에 위치하고 있어서 기독교가 지닌 축복을 아직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나라를 개방해 다른 나라와 교류를 하고 있으며 국민의 여건을 증진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기독교에 대해 더욱 완만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기독교를 공개적으로 허용한 것은 아니지만 성도들을 박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기독교 국가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만일 여러분이 우리에게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면, 다른 민족들이 교사들을 보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비록 저는 그다지 영향력이 없는 사람이지만, 여러분들이 보내는 선교사들을 돕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매우 진지하게 여러분들이 여기서 한국선교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분들과 상의할 수 있는 인물들을 일본에 보내 스스로 한국선교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요청합니다. 저는 이것이 가장 훌륭하고 안전한 계획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편지의 요지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조선 선교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미국 교회가 앞장서서 실행해 달라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수정 자신이 그 당시 거주하던 일본을 조선 선교의 전초기지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제안입니다. 실상 헤론은 선교사로 파송을 받은 뒤 조선으로 입국하기 전 일본에서 머물면서 이수정의 도움을 받으며 선교를 준비하였습니다. 기초 조선어를 공부하고 조선인들의 고유문화와 풍속을 익혔던 것입니다. 참고로, 헤론은 같은 북 장로교 소속 언더우드 역시 이수정의 편지를 읽고 마음에 감동을 받아 조선 선교를 결단하였습니다.

 

헤론은 언더우드 보다 먼저 미국을 떠났습니다. 먼저 일본에서 이수정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잠시 머문 뒤에 조선에 입국하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선 땅에 먼저 첫 발을 디딘 것은 헤론이 아니라 자신보다 뒤 늦게 일본에 도착한 언더우드였습니다. 헤론이 일본에서 이수정과 더욱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체류하였기 때문입니다.

 

회심한 사람

하나님께서 이토록 긴요하게 사용하신 이수정을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그는 18829월에 조선 국왕이 파송한 수신사를 수행하여 일본에 건너간 정부관리였습니다. 남다른 개화사상을 지녔던 그는 일본의 농업정책을 배우는 과정에서 농학자이자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쯔다센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기독교의 진리를 전혀 모르던 이수정은 쯔다센으로부터 전달 받은 성경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마음을 활짝 열어주시어 성경의 진리를 짧은 시간에 이해하고 자신의 신앙으로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수정은 일본에 거류한지 9개월 만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 후로도 그는 계속 기독교의 진리를 연구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회심과 투철한 신앙심이 서서히 외부로 소개되었고, 이와 함께 매우 중요한 사역을 감당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성경을 조선어로 번역하는 일이었습니다. 마치 선교의 문이 열리기도 전에 중국에서 존 로스 선교사를 통해 1882년에 성경 번역이 시작되었던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일본에서 이수정을 통해 성경을 번역하게 하신 것입니다. 그가 학문적 재질이 뛰어난 것도 사실이었지만, 성경적 진리에 대한 분명한 관점을 지녔기에 번역가로서의 자질을 갖춘 것입니다. 언더우드가 인천항에 첫 발을 디딜 때 그의 손에 이수정이 번역한 조선어 마가복음이 들려 있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이수정은 자신이 기독교의 진리를 받아드린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농업기술이 조선인들의 삶을 향상 시킬 것으로 생각하였다가, 마음을 바꾸어 조선의 복음화야 말로 민족이 제대로 살 수 있는 길이라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일단 자신 주위에 있는 조선인들에게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신앙 공동체가 만들어 졌습니다. 또한 일본에 주재하던 미국 선교사들에게 조선 선교에 힘을 써달라고 호소하였습니다. 결국 이 일이 동기가 되어 미국 선교잡지에 편지를 쓰게 된 것입니다.

 

기독교와 전혀 상관이 없었던 한 사람이 복음 안에서 변화를 받은 후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하나님은 그를 통해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을 진행시키신 것입니다. 그 편지를 읽은 헤론과 언더우드는 선교를 명령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듣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선교잡지에 실렸던 편지의 미국 교회를 향한 호소는 단순히 이수정 개인의 간절함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성령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소원이었습니다.  “밤에 환상이 바울에게 보이니 마게도냐 사람 하나가 서서 그에게 청하여 이르되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하거늘  바울이 그 환상을 보았을 때 우리가 곧 마게도냐로 떠나기를 힘쓰니 이는 하나님이 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우리를 부르신 줄로 인정함이러라16:9-10”

 

* 2022년 8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5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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