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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 누구 네 집 그릇으로 먹어야 하나?

복음뉴스 0 2022.04.12 09:31

신앙 체험 ⑥  누구 네 집 그릇으로 먹어야 하나?

글 : 김용복 목사 (은혜와평강교회) 


오래 전 서울에서 교회 다닐 때, 송파 가락동에서 순장(구역장)을 처음 했습니다. 가락동은 그 때 농산물 공판장이 처음 들어섰지만, 허허벌판이 많았습니다. 새 아파트들이 하나씩 들어서기도 했지만, 옆에 판자집들도 꽤 있었습니다. 

 

예수 믿고 보니, 예수님이 많이 하신 것이 사람들과 같이 밥을 잡수신 것 같았습니다. 그것도 잘 나가는 사람들하고 먹는 게 아니라, 죄인들, 손가락질 받는 세리들처럼, 형편 안 좋은 사람들과 밥을 잡수셨어요. 그래서 우리 순 식구들도 “그렇게 좀 해보자!”, 그래가지고, 동 사무소에 가서 물어봤습니다. “우리가 도와줄 어려운 사람들이 어디 있습니까?” 그랬더니 “무지개의 집에 가보세요” 했습니다.

 

거기다 연락을 해 놓고, 어느 금요일 저녁 순 모임을 그 곳에 가서 했습니다. 떡, 과자, 귤, 과일, 종이 접시, 종이 컵, 사이다 큰 병들을 챙겨 서 갔습니다. 가보니, 제일 성한 사람이, 일어나지 못해 바지 무릎에 타이어 조각을 차고 시장 바닥을 기어 다니며 조그만 수레에 실장갑, 수 세미, 때수건 등을 팔러 다니는 사람이었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입가에 침을 흘리기도 하고, 거의 제 정신이 아닌 분들이 많았습니다. 다 쓰 러져가는 천막 집 부엌에 물을 틀어 과일을 씻으려 해도 오히려 무언가 더러운 것이 묻을 까봐 거기 있는 것은 만지기가 싫은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우리들을 신기하게 보고, 아주 반가워하는 그 분들과 함께 앉아 예배와 다과를 나누고, 후원금도 좀 드리고, 집에 돌아 왔습니다. 앉아 있어도 무언가 더러운 것과 병균이 묻을 것 같아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서둘러 나왔습니다.

 

거기 갔다 온 다음 주 금요일에, 순 식구 집에서 순 예배를 드렸습니다. 말씀과 나눔 끝에, 평생 교회 다니시고, 60 넘으신 집사님께서 그 무 지개의 집을 갔다 온 날 밤 집에 와서 손을 세 번 씻었다고 고백하셨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다니던 제 큰 아들은 “ 아빠, 나 거기 다시 안 갈래!” 그랬습니다. 순 식구들이 고민했지만, 거기 사람들과 또 오겠다고 약속을 했기에, 2 주 후에 또 가기로 했습니다. 더구나, 예수님이 하신 것처럼 우리도 다과 정도가 아니라, 밥을 같이 먹자고 말을 해 놓았었습니다. 갈 날이 다가 오는데, 순 식구들이 연락이 왔습니다. 보통은 찌개, 반찬, 과일 이런 것은 후원 심방하는 측에서 준비해가고, 그런 시설에서는 밥과 국을 해서 같이 모아 먹으면 되는데, 거기는 할 사람도 마땅치 않아, 우리가 밥부터 모두 준비해 간다고 여자 집사님들이 의견을 나누었다고 순장인 저에게 알려 주셨습니다. 그런데 보통은 음식은 우리가 준비해 가고, 그릇과 숟가락, 젓가락은 방문하는 곳의 것을 사용해서 먹는데, 도저히 그 곳 그릇에 우리가 준비해 간 음식을 담아 먹기가 좀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그릇과 수저를 가져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하여간 방문 직전 순모임 때 준비를 그렇게 마무리하자고 했습니다.

 

그 순모임 날이 와서 준비 점검하면서 끝에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 마음이 아팠습니다. 눈 뜨면 깨끗한 우리 그릇과 숟가락, 젓가락 으로 가져가 먹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눈감고 기도하면, 그 집 그릇, 그 집 숟가락, 그 집 젓가락으로 같이 먹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같이 기도하며 물어 보았습니다. “예수님, 예수님은 우리 그릇 가져 가실 겁니까? 그 집 그릇에 담아, 그 집 숟가락으로 잡수실래요?”

마음에 답이 왔습니다 “ 그 집 그릇에 먹자 !”

 

그 날이 되어 그 곳에 갔습니다. 그 집 시커멓고 찌그러진 큰 냄비에 찌개를 담아, 그 사람들과 우리들이 그 집 거뭇거뭇한 그 집 숟가락, 젓 가락으로 같이 퍼 먹었습니다. 일 인용 종이 접시로 따로 따로 귤 까먹지 않았습니다. 성하지 않은 찌그러진 큰 쟁반에 떡을 담아 다들 손을 대서 떼어 먹었습니다.

 

예수님도 하늘 나라의 그릇으로 아니하시고 이 땅의 그릇에 먹었습 니다.

 

“그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빌립보서 2장 6-7절)

 

[편집자 주 : 2021년 12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7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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