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이 된 감옥
글 : 문갈렙 선교사 (GMP 한국개척선교회 소속)
붉은 벽돌 유적 앞에서 눈을 감으니
오랜 세월 비어있던 옥방들이 공명하며
뜻 모를 절규가 처절하게 메아리친다
휘몰아쳐 닥친 열대성 태풍처럼
지구 저편에서 출항한 선단은
수 없이 함포를 쏟아부으며
부릅뜬 눈으로 자바섬을 위협할 때
평화로운 적도의 섬사람들이야
들은 적도 본적도 있는 폭발음이
화산의 폭발인가 지진 때문인가
혼비백산 숨었다가 나와보니
콧대 높은 하얀 피부의 종족들은
이미 가녀린 허리를 밟고 서 있다
건국의 연대조차 희미해진 긴 세월
바람조차도 멈춘 숨 막히는 철창 방
독립을 외쳤다고 갇혀야 했던 투사들
닫힌 감옥을 고통의 확성기로 흔들고
조국을 찾겠다는 염원이 토해낸 피로
강조차 핏빛으로 굽이치며 흘렀었다
오늘따라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서
풍화로 옛 모습을 잃어가는 유적에는
위협과 회유로 비틀어 수탈해 간 세월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울분의 절규가
벽 곳곳에 아직 남아 만행을 증언하고
세월은 거친 붓으로 희생의 피를 찍어
끝내 이룬 광복의 감격을 숙연히 그린다
* 시작 노트 : 네덜란드에 450년간, 일본에 삼 년 반, 식민지배를 당한 인도네시아,
당시 지배국이 감옥으로 사용했던 건물이 지금은 개조되어 고속도로 휴게소로 사용되고 있는 현장을 둘러보는 중에 귀에 쟁쟁이 들리는 수많은 인도네시아 애국지사들의 증언을 들으며 ㅡ
[편집자 주 : 2022년 4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1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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