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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갈렙] 살리는 사랑, 살리는 말, 살리는 기도

복음뉴스 0 2022.04.10 19:22

문갈렙 선교사의 Mission Field 단상(斷想) ⑥  살리는 사랑, 살리는 말, 살리는 기도

글 : 문갈렙 선교사 (GMP/한국개척선교회 소속)


몇 주전 주일날 교회를 가는 중에 문득 특별한 생각이 뇌리에서 회오리 바람처럼 일어났다. 마치 주님이 나에게 명령하시고 타이르시 듯, 책망하시듯 하는 음성이 나의 마음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먼저 형제와 화해하고 예배에 참석하라!”는 요지였다. 올해 2월 22일부터 소식을 끊고 살고 있는 대상인 그 교민의 집 부근을 마침 지날 때 일어난 일이다. 8개월 전 그 지인으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듣고 이 사건을 나의 다이어리에 적어 두었기에 나는 그날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 충격적인 일이란 그 지인이 통화 중에 갑자기 이제 앞으로 나를 그만 만나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이 나라에 와서 주로 만나는 사람들이 이 나라의 사람이고 다니는 교회도 현지교회이지만 그는 선교지에 도착 초기부터 정착에 도움을 나에게 주었고 그런 연으로 남달리 친분을 쌓아 온 거의 유일한 16 년 지기 지인이다. 그런 사람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을 적에는 참으로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충격이 컸다. 당시는 충격을 받기도 하였지만 고난의 심곡에 처한 그의 상황에서 잠시 사람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혹시 나의 말이나 처신으로 인하여 마음이 상했다면 오죽하면 그런 말까지 할 정도였을까 생각하니 심히 혼란스러웠다. 아무튼 일단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나 내가 이 상황의 원인을 제공하였다면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고 말하고는 그때부터 소식을 끊고 지내왔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 말을 들은 나로서도 서운한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2년 전 가정적으로 사업적으로 건강적으로 고난의 파도가 한꺼번에 닥쳐 사람과의 만남자체를 절단하고 사는 그에게 다가가 위로하고, 기도하고, 신앙적인 격려와 더불어 무엇보다도 주님이 사랑의 끈을 놓지 않으시고 계시기에 언젠가는 은혜로운 간증을 하게 될 것을 상기시키며 그를 격려하였다. 그런 역할을 이어 가기 위하여 더욱 자주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 찾아 갔다. 일주일에 최소 한번은 식사도 같이하였다. 무엇이든지 있으면 그에게 주어 힘을 내도록 하고 싶어 내가 경작한 농산물도 전달하고 때로는 금전도, 쌀도 전달하였다. 그리고 달변인 그의 긴 긴 이야기, 말했던 적이 있음을 잊었는지 처음 하는 듯 여러 번 반복하는 이야기도 번번이 처음 듣는 듯이 들었다. 주변 사람에 대한 원망과 맺힌 서운함을 토로할 때도 잠잠히 경청하며 마음껏 뱉아내도 받아주는 상대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그처럼 관심과 사랑으로 그를 위하여 내가 많이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하는 만큼 나의 실망도 커서 그 때 이후 나도 토라져 그가 바라는 대로 놔두자 하며 소식을 끊고 살았던 것이다. 내가 크게 다쳐 치료 차 고국을 들어갔다 온 것으로 세월도 빨리 흘러갔다.

 

주님이 주시는 촉구와 명령을 따라 교회 주차장에 차를 세워 차에서 내리기 전에 바로 카톡으로 안부를 묻고, 나로 인해 마음 상하게 된 것 용서 바라오며 다시 친분을 회복하여 전과 같이 지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적은 메시지를 보냈다. 예배 전까지 나의 글을 읽은 흔적이 없는 걸 보고 예배에 참석하였더니 목사님의 설교말씀이 그리스도인의 성품에 대한 말씀이었다. 역시 거듭 촉구하시는 주님의 마음으로 은혜를 받고서 예배를 마치자마자 그의 집으로 찾아갔다. 일하는 자매의 말이 아침 첫 비행기로 수도에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에 찾아 간 사실과 출타 중이라 하여 다시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린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그 집을 나왔다.

 

그러는 중에 전화가 한통 걸려와 받으니 전에 우리 사무실에서 스텝으로 일한 적이 있는 자매로부터 온 전화였다. ㅁㅅㄹ인 남편이 며 칠 전 갑자기 뇌출혈로 반신불수가 되어 병원에 입원하였는데 병상에서 나를 찾는다는 전화였다. 결혼한다며 캠프에서 나간 자매의 결혼식장에서 딱 한 번 만난 그의 남편이 고난 중에서 나를 찾는다는 말에 바로 병원으로 달려 갔다. 몸을 운신 못하고 힘없이 누워 있었지만 얼굴에는 반가운 웃음을 띠며 나를 맞아주었다. 양해를 구하고 그를 위해 기도하고 내가 믿는 예수님에 대하여 설명하였더니 그분을 자신의 구주로 주님으로 영접하고 믿겠다고 고백하여 영접기도를 그와 함께 올리고 또한 그의 손을 잡고 그를 위하여 간절히 소리 내어 기도하고 돌아오는데 기쁨이 충만하였다. 사람과의 틀어진 관계에서 나는 잘못이 없고 오히려 상대를 위하여 내가 베푼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하며 먼저 다가가라는 주님의 명령은 순종하기에 어쩌면 참 힘겹고 피하고 싶은 일이건만 순종하여 행동으로 옮기니 생각지도 않았던 생명의 결실이 주변 다른 데서 열리는 것을 체험한 것이다.

 

나의 카톡 메시지에 대한 답이 계속 없는 그에게 잠시 생각할 시간과 나도 내 마음을 진심으로 가다듬는다는 생각으로 한동안 침묵으로 지냈는데 그로부터 두주 후 주일 설교에서 외부강사를 통한 강단 말씀이 ‘용서와 화해’에 대한 말씀이었다. 말씀을 통해 나를 다듬어 가시는 주님의 손길을 다시 느끼며 예배 후 또 그의 집을 찾아갔더니 감사하게도 침묵으로 문을 열어주었다.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고 나의 잘못을 말해주면 고치겠다고 말하니 하나 하나 서운했던 점을 말하는데 더욱 놀랐다. 내가 건넨 물건, 말없이 경청한 자세, 다른 교민의 경조사를 참고로 알면 좋겠다 여겨 전달한 것 등등 모든 나의 말과 처신이 그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이다. 쌀을 받을 때는 누구를 구호 대상자로 아느냐, 내가 모르는 다른 사람 죽은 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 잠잠히 경청하는 태도에서 도대체 고난 당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 적이 있느냐로 되물으며 서운함을 토로하였다. 그 불만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나는 신음하듯 지혜롭지 못한 반응을 드러내고 말았다. ‘참 어렵구만요!’

 

남을 살리는 사랑은 어떤 사랑이어야 할까? 남을 살리는 말은 어떤 언어로 어떤 표정으로 하여야 할까? 남을 위하여 기도하는 자세와 마음은 어떠해야 할까에 대한 뼈아픈 가르침을 받은 계기가 되었다. 나의 관점에서만 생각하고 나의 사랑으로, 나의 관심으로, 나의 선행의 일환으로 고난 중에 있는 형제에게 다가가는 것에 대한 주님의 질책을 받은 것이다. ‘역지사지’ 항상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위로하고 돕고 건네야 한다는 교훈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서는 스스로 고치고 가다듬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그렇기에 더욱 기도로 성령님께서 주시는 지혜로운 말과 행동을 구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만 다가가 위로하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지만 아직도 나는 한참 부족하고 더 다듬어져야 한다. 팬데믹 사태 중에서 계속 현지의 힘든 이웃을 대상으로 구호의 섬김을 이어가고 있는 나의 언행을 다시 점검해 보며 가다듬는다. 옹졸한 나로서는 참 쉽지 않는 처신이다. 그래서 다시 외친다 ‘주여!’

 

[편집자 주 : 2021년 11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6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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