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문

[김용복] 초보 구역장 이야기

복음뉴스 0 2022.11.17 17:48

제목 : 초보 구역장 이야기

글 : 김용복 목사(City Fellowship Mission)

 

꽤 오래 전, 서울 서초구 잠원동 고속 터미널 근처에 살 때다. 

교회에서 나를 그 동네 순장(구역장)을 시켰다. 

세례받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일이 그리 되었다.

그리고 그 순에는 나 빼고는 다 원숙한 믿음의 순원들이었다. 평신도 성경 강사들과 전임 순장 등등.

나중에 추측해 보기는, 나를 변화시키려고 모두들 핑계를 대고 순장직을 사양하고, 나를 시켰다.

나는 교회 다닌 지도 얼마 안되서, 교회에서 시키면 그냥 다 해야 되나보다 하고, 순장을 했다.

순장(구역장)은 금요일 저녁에 순예배를 인도해야 하는데, 말씀도 전해야 했다. 

생명의 삶 큐티를 나누는 에배인데 나는 순장으로서, 말씀을 내 나름대로 풀이해 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세례받은지 얼마 안되는, 성경도 한번 다 읽어보지 않는 초보 순장이 전하는 말씀(설교)이 어떠했을지 낮 뜨거운 상황이었으나, 그 때는 그것도 몰랐다. 

더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렇게 설교를 하거나, 순장 즉 순의 리더로서 어떠한 말을 하든지, 모든 순원이 다 “네’ 하고 순종했다. 

초보 신자인 나는 교회다니면 다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 

내 마음 한편에 “내가 그래도 인품도 좀 되고, 좀 지식도 있으니, 순원들이 나의 말과 뜻에 다 수긍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있었다. 

그때 느꼈던 감정으로는 우리 순원들은 예수님보다 나에게 더 순종했다.

그 큰교회 성경강사요 깊은 믿음의 선배들인 분들이 내 가르침과 인도에 무조건 따랐다. 

나는 순장 목회를 활발하게 하기 위해, 집안에서만 모이지 말고, 야외로 나가 찬송과 나눔도 했다.

한 번은 고속터미널에서 종로 3가 극장까지 지하철 타고 순원들을 데리고 가서 ‘그린 카드’라는 코믹 멜로 영화도 보고 왔다. 다들 소풍 가는 것처럼 좋아 했다.

순원중에는 나처럼 초보신자인 귀한(희귀한) 사람이 있어, 순예배 1부는 좀 빠지고, 2부 친교 시간에 주로 등장하는 분도 계셔서, 나도 그랬던 전문가로서, 아주 잘 목회를 했다.

나증에 들은 미확인 이야기로는 믿음 깊은 순원들이 내가 변화되고 은혜받기를 원해, 나는 안 나가는 새벽기도에 나를 위해 엄청 기도하셨다 한다. 

그래서 순장 목자를 시키는 것이 나에게 제일 좋겠다 작정들 하셨다 한다.

어쨌거나 교회 방침이 순장을 2년만 하게 하고 다른 사람을 새 순장으로 세워야 돼서, 의사이신 분에게 넘겼다. 그런 것 하실 분이 아닌데, 풍조가 그러니 받아들이셨다.

순 분위기는 열성적이고 뜨거웠던 것은 아니고, 약간 따스한 정도였다.

가랑비에 옷 젖는 정도 였다.

그러던 내가 제일 먼저 목사가 되었다.

그 뒤에 후임 순장도 목사가 되었다. 

먼나라 개척교회 목회를 하신다,

그 뒤에 나에게 예수와 순종의 본을 보여주신 전임 순장도 목사가 되었다. 

먼나라 교회 목회 하시다 소천하셨다.

나의 믿음과 결단만이 아니라, ‘우리’의 관계에 은혜를 부으셔서, 우리 모두를 동역자로 세우시는 주님을 이제야 본다.

 

* 2022년 10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7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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