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문

[문갈렙] 유적이 된 감옥

복음뉴스 0 2022.04.15 20:49

 

유적이 된 감옥
글 : 문갈렙 선교사 (GMP 한국개척선교회 소속)



붉은 벽돌 유적 앞에서 눈을 감으니 

오랜 세월 비어있던 옥방들이 공명하며

뜻 모를 절규가 처절하게 메아리친다 

 

휘몰아쳐 닥친 열대성 태풍처럼

지구 저편에서 출항한 선단은

수 없이 함포를 쏟아부으며

부릅뜬 눈으로 자바섬을 위협할 때

평화로운 적도의 섬사람들이야

들은 적도 본적도 있는 폭발음이

화산의 폭발인가 지진 때문인가

혼비백산 숨었다가 나와보니

콧대 높은 하얀 피부의 종족들은

이미 가녀린 허리를 밟고 서 있다 

 

건국의 연대조차 희미해진 긴 세월

바람조차도 멈춘 숨 막히는 철창 방

독립을 외쳤다고 갇혀야 했던 투사들

닫힌 감옥을 고통의 확성기로 흔들고

조국을 찾겠다는 염원이 토해낸 피로

강조차 핏빛으로 굽이치며 흘렀었다 

 

오늘따라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서

풍화로 옛 모습을 잃어가는 유적에는

위협과 회유로 비틀어 수탈해 간 세월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울분의 절규가

벽 곳곳에 아직 남아 만행을 증언하고

세월은 거친 붓으로 희생의 피를 찍어 

끝내 이룬 광복의 감격을 숙연히 그린다

 

* 시작 노트 : 네덜란드에 450년간, 일본에 삼 년 반, 식민지배를 당한 인도네시아, 

당시 지배국이 감옥으로 사용했던 건물이 지금은 개조되어 고속도로 휴게소로 사용되고 있는 현장을 둘러보는 중에 귀에 쟁쟁이 들리는 수많은 인도네시아 애국지사들의 증언을 들으며  ㅡ

 

[편집자 주 : 2022년 4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1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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