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 이야기 4 - 거룩한 저항
글 : 이선경 (퀸즈프리칼리지 지휘자)
고난과 결핍에 대한 저항이 크면 클수록 신앙의 근육은 단단해진다. 바람에 강한 느티나무, 방사선 저항에도 강한 곰벌레. 자연 생물에서도 고난과 결핍이 주는 저항은 생명으로 다시 살아난다.
존 번연 (John Bunyan)은 감옥에서 ‘천로역정’ (The Pilgrim’s Pregress)을 썼고, 노벨 문학상 수상자 헤르만 헤세 (Hermann Karl Hesse)는 언어 장애인, 프랭클린 루즈벨트 (Franklin Delano Roosevelt)는 지체 장애인이였으나 미국의 32대 대통령이 되었다. 인생의 고난과 결핍을 승화시킨 성경의 인물들도 거의 모두가 극심한 고난과 결핍을 통과한 믿음의 사람들이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1770 – 1827) 또한 겹겹의 장애를 통해 저항력의 음악가로 불후의 명곡을 남겼다
베토벤의 저항과 창의성
악성 베토벤은 청력을 상실한 음악가이다. 그는 고난, 결핍, 질병에 굴복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선 삶을 살았다. 베토벤 작품 중 마지막으로 작곡한 교향곡 9번 ‘합창’ (Synphony No. 9 in D minor, Op.124 4th movement)은 1824년 그가 사망하기 3년 전, 그의 고난이 가장 절정에 도달했을 때 완성된 곡이다. ‘환희의 송가’에서 영감을 얻어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되는 최초의 작품이다. ‘O de to Joy’ ( 환희의 송가)는 고난과 절망을 이긴 자 만이 창조해 낼 수 있는 신비롭고 감동적인 작품이다. 베토벤은 교향곡 10번을 완성하지 못하고 애석하게 운명했다.
하지만 베토벤의 이 치열한 저항정신은 지금까지 인류의 가슴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강인한 믿음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일 일수록 베토벤은 주어진 삶에 만족하기 보다는 그것을 뛰어 넘는 도약의 삶을 살았다. 도약의 삶은 때때로 고난과 결핍을 가져 온다. 베토벤은 온갖 고난과 결핍에 대해 거룩한 저항으로 맞섰다. 강한 저항 정신이 요구 되는 일 일수록 사람은 하나님 앞에 겸손히 무릎 꿇는다. 전진하고 성장한다. 베토벤이 바로 그런 사람이였다.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신앙인은 저항하면서 치유되고, 저항을 통한 삶의 댓가는 인류에게 놀라운 희망과 사상을 탄생시키는 힘이 된다. 찬송가 64장은 이 사실을 입증하는 곡이다.
찬송가 64장
‘기뻐하며 경배하세’ (찬송가 64장)는 욥기 38장 7절을 배경으로 쓴 곡이다.
‘기뻐하며 경배하세’
기뻐하며 경배하세 / 영광의 주 하나님
주 앞에서 우리 마음 / 피어나는 꽃 같아
죄와 슬픔 사라지고 / 의심 구름 걷히니
변함 없는 기쁨의 주 / 밝은 빛을 주시네
욥기 38장 7절에 ‘그 때에 새벽 별들이 기뻐 노래하며 하나님의 아들들이 다 기뻐 소리를 질렀느니라.’ 인생 고난의 극치를 경험한 욥의 순전한 믿음은 영적 승리이다. 욥의 고백은 고난과 장애를 새벽 별들의 노래, 자연과 우주의 기원, 삶의 본질로 찬양한다. 믿음으로 찬송한다. 하나님의 창조의 신비와 능력, 만물의 이치는 인간의 한계로 설명할 수 없다. 고난과 결핍이 주는 저항은 역설적으로 창조의 하나님을 찬양한다.
찬송가 64장의 가사는 미국 펜실바니아 출신, 핸리 반다이크 (Henry Van Dyke 1852-1933)가 윌리엄즈 (Williams College) 대학에 초청 설교자로 갔을 때 작사한 예배 찬송가이다. 아름다운 버크셔 (Berkshires) 산맥을 보고 영감을 얻어 쓴 이 찬송시를 학장 가필드 (Garfield)에게 건네 주면서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에 붙여서 찬송하기를 부탁했다. 베토벤 9번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을 주제로 편곡된 찬양이 바로 찬송가 64장이다. 그 후 대예배 회중 찬송으로 널리 불려지게 되었다. 고난과 결핍 그리고 절망 속에서 끝까지 저항으로 삶을 살아 온 베토벤은 온전한 기쁨의 원천을 발견했고 그 영감이 시대를 아우르며 교회의 회중 찬송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저항으로서의 신앙
진정한 신앙이란 거룩한 저항으로부터 시작한다. 모세는 노예에 대한 삶으로부터 저항했고 에스더와 모르드개가 하만의 음모와 탄압에 대해서 무릎 꿇지 않고 거룩한 저항을 함으로 이스라엘 민족을 살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었다. 미움과 시기와 질투로 가득한 사울왕에 대하여 다윗은 사랑과 용서로 거룩한 저항을 했다. 이처럼 위대한 신앙인은 거룩한 저항을 통하여 새로운 믿음, 사상, 예술과 문학을 탄생시킨다.
혹은 자신의 내면에 안고 있는 불안과 염려 또는 고난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서 저항 함으로써 새로운 삶을 창조해 나갈 수 있고 자신의 연약함을 치유하는 축복을 받게 되는 것이다. 위대한 신앙인은 고난, 불안, 결핍을 먹고 성장한다. 하나님이 쓰셨던 대부분의 믿음의 사람들은 거룩한 저항을 가지고 스스로 치유하는 길을 걸어 간다.
겨울 바람이 하아프의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내듯이 인생의 극심한 고통과 고뇌가 주는 저항은 생명과 축복으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게 된다. 인생의 깊이와 성숙을 가져다 준다. 베토벤은 그의 저항력으로 생명력 있게 살아 숨 쉬는 음악을 작곡했다.
거룩한 저항과 거룩한 상상력
거룩한 저항력을 기르기 위해 거룩한 상상력은 필요충분 조건이다. 거룩한 상상력은 어디서 비롯될까. 하나님의 말씀, 성령의 감동, 묵상과 기도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순종과 헌신에서 거룩한 상상력이 솟아 나온다. 성경은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시편 119:70-71
‘그들의 마음은 살져서 기름덩이 같으나 나는 주의 법을 즐거워하나이다.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
시편 119:106-107
‘주의 의로운 규례들을 지키기로 맹세하고 굳게 정하였나이다. 나의 고난이 매우 심하오니 여호와여 주의 말씀대로 나를 살아나게 하소서.’
창세기 13:14-15, 18
‘롯이 아브람을 떠난 후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눈을 들어 너 있는 곳에서 북쪽과 남쪽 그리고 동쪽과 서쪽을 바라보라. 보이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영원히 이르리라. 이에 아브람이 장막을 옮겨 헤브론에 있는 마므레 상수리 수풀에 이르러 거주하며 거기서 여호와를 위하여 제단을 쌓았더라.’
[편집자 주 : 2022년 4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1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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