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문

[김용복] 죽 쑤는 공주

복음뉴스 0 2022.04.13 19:43

신앙 체험 ⑦  죽 쑤는 공주

글 : 김용복 목사 (은혜와평강교회)


그녀를 만난 것은 뉴욕에 있는 교회의 사랑방 모임에서였습니다. 

 

우리 부부는 그 모임의 리더였습니다. 주일 날 아침 9시 예배 후에 10시 쯤 모였습니다. 아침들을 안 먹고 오기 때문에, 뭘 좀 먹고 모임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제 아내는 녹두 죽, 닭죽, 검은 깨죽, 호박죽, 팥죽, 소고기 무죽 등등 매주 마다 집에서 죽을 끓여서 모임에 온 분들과 같이 먹었습니다. 한 주간 재료를 준비하고, 주일 아침 일찍부터 죽을 끓여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지만, 그 죽 먹고 사람들은 마음을 조금 씩 더 열고 모임을 즐거워했습니다.

 

그녀의 별명은 공주였습니다. 깔끔하고, 신세 지거나, 경우에 없는 짓을 절대 하지 않는 공주 같아서, 그리고 머리 스타일도 공주같이 세련되고 특별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었습니다. 그녀가 말했습니다. “쓸 데 없이 죽 쑤지 말고, 간단하게 베이글 사서 커피하고 먹으면 되는데, 왜 그렇게 집에서 죽을 해오냐?” 핀잔을 주었습니다. 나쁜 마음에서 그런 것은 아니고, 좀 미안해서 그랬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우겨서 어느 날은 죽 대신 베이글로 대체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 부부는 계속 죽을 해서 가져갔습니다.

 

그녀가 초기 암 진단으로 암 부위를 적출 수술하고, 방사선, 키모 등 치료를 계속 받으라고 의사가 권했는데, 그녀는 거부하고, 자연식이 요법과, 아침 산책 등 운동으로, 그리고 하던 비즈니스도 과감히 고만두고, 공주답게 대처해갔습니다. 경과가 좋아서, 아예 뉴욕생활을 접고, 아틀랜타로 더 여유 있는 생활을 위해 이사 갔습니다. 칠, 팔 년이 지나도록 재발 없이 지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집사에서 목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든 중에, 우리 부부가 아틀랜타를 방문 하게 되어, 그녀가 다니는 교회 주일 예배도 참석했습니다. 에배 후에는 소그룹 모임도 한다고 했습니다.

 

그녀가 말했습니다.

 

“목사님, 제 별명이 뭔 지 아세요?” 

 

“ 공주지요?”

 

“아니예요!”

 

“ 죽 쑤는 공주예요!”

 

왜 죽 쑤는 지 그 마음이 느껴졌답니다. 그래서 손에 물 안 묻히고 베이글 사서 먹지 않고, 자기 모임 사람들에게 죽을 쑨답니다.

 

[편집자 주 : 2022년 1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8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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