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문

[양춘길] 시내버스의 추억

복음뉴스 0 2022.04.13 14:07

영혼의 산책 이야기 ⑧  『시내버스의 추억』

글 :  양춘길 목사 (필그림선교교회)


인생 여정에서 얻어진 아름다운 추억들은 삶의 좋은 동행이라 할 수 있다. 떠나지 않고 우리의 기억에 남아서 떠올릴 때마다 마음에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묵은해를 보내고 다시 새해를 맞이했지만,오늘도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어 내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50 년 전의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콩나물시루같이 빽빽하게 승객을 실은 버스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책가방에 운동복 가방까지 들고 이리 저리 밀리며 목적지에 거반 도착하게 되자, “내려요!” 하고 소리치며 사람들을 헤치고 문 앞으로 겨우 나왔는데,버스는 다시 출발하였고 차장은 버스 문을 닫아 버렸다. “아이 참!” 신경질적으로 한마디 내뱉자,차장 아가씨가 “좀 더 빨리 나오시지, 다음에 내리세요” 하고는 고개를 창 밖으로 향하는 것이었다.“할 수 없지!” 나도 곧 체념하고는 차장 머리 위, 버스 문 윗벽에 팔을 뻗쳐 손을 대고 간신히 몸의 균형을 잡으며 다음 스톱을 기다렸다.만원버스에서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 이니까. 

 

내려서 다시 돌아갈 생각에 눈길을 창 밖으로 향하여 거리를 살피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버스 벽을 짚은 내 손가락 사이가 간지러움을 느꼈다.고개를 돌려보니, 차장 아가씨가 버스표 한 장을 내 손가락 사이에 가만히 끼어 넣는 것이었다. “다음 스톱이 유난히 기네요” 하며 버스표를 돌려 준 것이었다. 버스가 멈추자 나는 차장에게 “수고하세요!” 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한 정거장을 걸어 돌아가는 나의 발걸음은 전혀 피곤치 않았다.돌려 받은 버스표 한 장보다 그 버스표에 담겨진 배려의 마음 때문이었다.하루 종일 버스 문을 오르내리며, 때로는 무시당하고, 승객들과 다투며 시달리는차장 아가씨가 보여준 삶의 여유, 배려의  마음이 나에게 큰 즐거움이 되어 주었다. 물론 그 이후로, 차장 아가씨들을 대하는 마음 자세가 달라지기도 했다.  미국의 작가 윌리엄 아더 워드 (William Arthur Ward) 의 말이다. “아첨해 보아라, 당신을 믿지 않게 될 것이다. 비판해 보아라, 당신을 좋아하지 않게 될 것이다. 무시해 보아라, 당신을 용서하지 않게 될것이다. 격려해 보아라, 당신을 잊지않게될것이다. 사랑해보아라,당신을사랑하지않을수없게될 것이다.” (Flatter me, and I may not believe you. Criticize me, and I may not like you. Ignore me, and I may not forgive you. Encourage me, and I will not forget you. Love me and I may be forced to love you)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세상을 살아 간다. 자수성가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의 성공담에도 이런 저런 사람들의 지혜와 도움을 받은 내용이 담겨져 있음을 본다.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에 우리에게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다른 사람을 격려하고 사랑하는 것이 그 지혜 중 하나인 것을 앞서 인용한 글이 알려준다. 아첨은 상대를 위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는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함인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우리는 누구나 비판이나 무시당함을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한 사람들로 인해 우리는 의욕을 상실하고 삶이 피곤해질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 해가 되는 분노의 감정까지 생겨나기 때문이다.

 

누구나 격려와 사랑을 좋아 한다.이것은 모두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다.인간에게 채워져야만 하는 가장 기본적인 두가지 필요는 자신의 존재가치가 인정을 받는 것과 사랑을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번 채워 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주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격려의 사람, 사랑의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누구나 좋아한다. 짧은 여행을 할 때도 그런데 하물며 긴 인생여정을 함께 걷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천성을 향해 함께 걷는 순례여정에 꼭 필요한 것도 격려와 사랑이다. 사도바울은 로마에서 어렵게 신앙생활을 하는 믿음의 형제들에게 이렇게 권고하였다. “믿음이 강한 우리는 마땅히 믿음이 약한 자의 약점을 담당 하고 자기를 기쁘게 하지 아니할 것이라. 우리 각 사람이 이웃을 기쁘게 하되 선을 이루고 덕을 세우도록 할지니라.”(롬 15:1-2) 바울은“그리스도께서도 자기를 기쁘게 하지 아니 하셨나니”라고 덧붙임으로써 자신의 권고가 그리스도의 삶에 근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격려와 사랑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어지며 보다 많은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는 삶이 참 행복이 아닐까.좀 더 행복한 가정과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새해에는 격려와 사랑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이웃을 배려하는 작은 마음에서 행복이 시작된다. 갈수록 인심이 각박해지고, 이기적이 되어 가는 사회 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먼저 던지는 미소와 인사,베푸는 작은 사랑과 돌봄의 손길들은 때로 그 순간 뿐 아니라, 두고두고 즐거움을 전해 주는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우리들 삶의 좋은 동행이 된다. 내 손가락 사이에 버스 표를 끼워 주었던 그 때 그 차장 아가씨는 더 큰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으리라.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행20:35)고 하신 우리 주 님의 말씀대로. 

 

[편집자 주 : 2022년 1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8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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