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문

[이병준] 말 밥통에 오신 아기예수님

복음뉴스 0 2022.04.11 06:16

특별기고 - 말 밥통에 오신 아기예수님

글 : 이병준 목사 (뉴저지 한길교회)


금년에도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예수님께서 역사속으로 걸어오신 성탄절이 왔습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예수님은 초라한 말구유로 오시건만 여전히 세상은 변하지 않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으리으리한 궁궐에서 태어나지 않으시고 초라한 말 밥통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말 밥통에 누워계신 탄생의 신비를 우리는 깨닫지 못하고 우리는 예수님을 자꾸 화려한 궁궐에만 모시려고 하기 때문에 팬데믹도 생기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궁궐에서 태어나지 않으시고 초라한 말집의 말 밥통에서 태어나신 이유를 예수님께서 생전에 가진 자보다는 가지지못한 자들을 위해서 사셨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팬데믹 영향으로 안그렇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웬만한 사이즈의 교회에서는 성탄절이 되면 헨델의 메시야를 공연한다, 칸타타를 연주한다, 연극을 한다며 각종 신문 하단 광고 난마다 성탄행사 광고로 지면이 넘쳐서 신문사들을 즐겁게 해준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예수님이 그런 교회에만 계실 것 같은 요란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어느 가난한 교회 목사님은 성탄절이 되면 자기는 기분이 영 안좋다고 했습니다. 마치 돈 많은 형제들은 함께 어울려 춤추며 먹고 마시며 노는데 가난한 동생 하나는 아무 곳에도 못가고 집에서 혼자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 같다고 표현을 했습니다.

 

이야기를 각색해 봅니다.

 

어느 날 예수님이 모월 모시 모 교회에 오신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사제들은 옷을 새로 맞추어 입고 교회는 깨끗하게 단장을 하고 세계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회사의 제일 비싼 파이프 오르간을 새로 들여놓고 예수님이 오신다는 날짜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곳으로 오시지 않고 다른 곳에 이미 와 계시다는 소문이 사제들의 귀에 들려왔습니다. 예수님이 계시다는 곳으로 달려가 보니 웬 세상에,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주님이 망신스럽게도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판잣집 달동네에 계신 것이 아닌가? “아니, 예수님께서 이런 누추하고 지저분한 곳에 계시다니요? 잘못 찾아오셔도 분수가 있지, 저희들이 편안히 계실 곳을 준비해놨으니 어서 가시옵소서!” “도대체 너희들은 누구냐? 나도 알지 못하는 괴상하게 번쩍거리는 옷들을 입고 왜 나를 찾느 냐?” “아니, 예수님께서 저희들을 몰라보시다니요? 주님 섭섭합니다. 저희들은 평생 당신만을 위해 살아온 당신의 종들이 아니옵니까?” “미안하지만 나는 너희들이 누구인지 모른다” 가슴이 찔리는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제가 신자들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이 세상 여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을 가진 여자는 누구인지 아십니까? 제가 그 여인의 손을 사진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사제가 보여 준 사진을 보고 신자들은 배를 잡고 웃었습니 다. 사진에 나온 여인의 손은 아름답기는 커녕 잔주름이 꾸겨진 휴지모양의 쭈글쭈글한 거친 손이었고 혈관이 볼상사납게 뛰어나온 할머니의 손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자들은 그 손의 주 인공이 누구인지 알았을 때 이내 숙연해지고 말았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사제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여러분, 이 손은 인도에서 활동 하고 계시는 테레사 수녀의 손입니다. 거룩한 성녀의 손입니다. 이 손은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임종을 앞둔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사랑의 손입니다”

 

나는 이 테레사 수녀의 쭈그러지고 혈관이 튀어나온 거친 손에서 예수님이 말구유로 오신 이유와 죄 많은 우리들을 왜 구원해주셨는지를 알게 됩니다.

 

빨간 모자에 빨간 옷을 입고 눈송이처럼 하얀 수염이 달린 산타클로즈 할아버지가 북극으로부터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우리를 즐겁게 했던 영화 E.T의 한 장면이 생각납니다. 많은 선물을 싣고 와서 가난하고 착한 어린이들을 찾아다니며 선물을 나누어주는 산타클로즈 할아버지는 모든 어린이들의 로망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구원이라는 선물을 받았습니다.그리고 이 구원의 선물은 하나님의 선물(엡2:8)이라고 하셨습니다. 구원은 분명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세상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주 소중한 선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좀 더 깊이 생각해 본다면, 하나님은 구원보다도 더 귀한 선물을 우리에게 주셨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은 무엇일까요? 예수님입니다. 그 예수님이 미천한 마구간으로 오셨다는 데에 교회존재의 목적이 있습니다.

 

성탄절은 혼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이기적인 날이 아니라 더불어(together), 함께(with) 먹고 마시고 교제(koinonia)한다는 영어의 나눔(share)과 준다(give)는 의미의 선물(present) 이란 뜻이 있다고 합니다.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복음의 나팔소리와 함께 온 세계에 울려 퍼 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산타클로즈는 못 될지언정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인간의 몸을 입으시고 미천한 마구간에 오신 그 분께 황금과 유향과 몰약으로 경배와 찬양과 영광을 돌린 동방박사들의 겸손과 희생과 사랑의 실천이 이 성탄절에 재현되기를 바랍니다.

 

 

주님, 이번 성탄절에는 산타클로즈로 오셔서
가난하고 병들고 외로운 이웃에게 선물을 주소서
 

 

가난한 이에게는 물질보다 더 부한 것을 주시고
병든 이에게는 건강의 완전함을 주시고
 

외로운 이에게는 마음에 기쁨을 주셔서
황금과 유향과 물약으로 경배케 하소서

주님, 이번 성탄절에는 빈 구유에 오셔서
교만과 오만으로 구멍 난 마음의 상처 난 곳에
솟아난 새순의 잎사귀로 아물게 하여 주시고
만발한 꽃들의 향내 음이 이웃에 풍기게 하셔서
사랑의 열매로 빈 구유를 채우게 하소서
 

 

주님, 이번 성탄절에는 내 마음에 오셔서
지저분한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게 하시고
썩어버린 믿음의 뿌리에 새순이 나게 하셔서
 

내주예수 모신 곳이 그 어니나 하늘나라이게 하소서

 

주님, 이번 성탄절에는 산타클로스로 오셔서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설레는 소망으로
 

당신을 기다리게 하소서

 

[편집자 주 : 2021년 12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7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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