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주] "목요일 낮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했는데, 뉴장 사정이 있는 것 같아요." 아멘넷 이종철 대표의 말이었다.
뉴욕장로교회의 김학진 목사와 장로들이 "기독 언론 관계자들을 초청하여 식사를 같이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와서 "목요일에 점심 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는데, "'뉴욕장로교회 측의 사정이 있으니 목요일에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한다"는 말이었다.
이 대표가 저녁 식사 대신 점심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한 것은 순전히 나를 위한 배려였다. 뉴욕장로교회와의 식사를 점심 때 하면, 내가 식사를 마치고 낮에 뉴저지로 넘어갈 수 있지만, 저녁 식사를 하게 되면 밤길에 운전을 해야 하니까, 가급적 낮에 귀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제 일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뉴장의 사정이 중요하니 그쪽에서 저녁을 원하시면 저녁에 뵙지요!"라고 답을 했었다.
위의 글에서 알 수 있듯이, 뉴욕장로교회에 제5대 담임목사로 취임한 김학진 목사 내외와 세 시무장로, 그리고 기독언론 관계자들(6사, 7명)과의 만남은 밥을 먹는 자리였다. 갈비를 대접 받았다. 화요일(4일) 오후에 어금니를 빼고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한쪽 이로만 고기를 씹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식사를 맛있게 하고, 내가 출석하고 있는 새언약교회 김종국 목사의 부탁을 받은 이종철 대표가 생일 축하 케익을 준비하여 - 9월 6일이 필자가 만 65세가 되는 날이었다 - "Happy Birthday To you!" 노래도 불렀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러 장소를 이동했다. 커피를 마시는 도중에, 이 대표가 "그래도 쓸 것을 좀 주셔야죠!" 라며 소형 녹음기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녹음기를 본 김학진 목사가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인터뷰입니다." 라고 말하자, 이 대표는 녹음기의 마이크 부분만 남겨 두고 나머지 부분을 냅킨으로 덮어 위장(?)을 했다.
다음은 6일(목) 밤에 커피를 마시면서 김학진 목사가 한 이야기들을 기억을 되살려 정리한 것이다. 아멘넷의 이종철 대표가 정리한 글에 내 기억을 약간 첨가했음을 밝혀둔다.
사진은 김학진 목사의 뉴욕장로교회 담임목사 취임 예배 후의 모습이다
"장로님들이 '뉴욕장로교회에서 정년이 되어 은퇴하시는 첫 담임목사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하셨습니다. 뉴욕장로교회는 1970년에 개척되어 48주년을 맞이했고, 4명의 담임목사들이 있었지만 단 한 사람도 뉴욕장로교회에서 은퇴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쟎아요? 객관적으로 볼 때, 지금 교회는 밑바닥입니다. 교인들은 떠났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 떠났고, 교인들의 평균 연령이 65세 이상입니다. 교인들은 담임목사들에게 상처를 받아 목사를 불신하고, 교인들간의 관계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어려운 상황 속에 성도들이 갈급해 있고, 이번에는 정말 잘해야 한다는 겸손과 비장한 각오들이 있습니다. 이번마저 실패한다면 뉴욕장로교회에 소망이 없다고 하는 생각들이 팽배해 있습니다.
저는 축복을 받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주 큰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버틸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저에게는 기회입니다.
뉴욕장로교회에는 지난 12년 동안 양육을 비롯한 교인들을 위한 어떠한 프로그램도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무엇이든지 시작만 하면 다 히트를 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들 중의 하나가 이번의 특별새벽부흥회였습니다. 많이 참석했고, 호응이 컸고, 많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이제 뉴욕장로교회에는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좋은 소문들이 나면서 새가족부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뉴욕장로교회에 등록하고 있습니다.
특별새벽부흥회 토요일에는 3백 명이 훨씬 넘는 교인들이 참석했습니다. 뉴욕장로교회의 역사인 은퇴장로들은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자 기자들에게 '뉴장에 부흥의 불이 붙었다'고 전화를 걸기까지 했습니다. 새벽부흥회 마지막 날 예배 후에 은퇴장로, 시무장로, 청년들이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그 분위기는 노동절인 월요일에 열린 체육대회에까지 이어졌습니다. 교회내에 뭔가 해보자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새벽집회 오프닝 멘트는 소문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소문이 히브리어로 '카보드'입니다. '영광'이라는 의미입니다. 영어로 말하면 퍼블릭 오피니언, 명성이란 말과 같습니다.
이스라엘이라는 조그마한 나라를 택하셨는데 무엇을 통해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겠는가? 그 작은 나라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고 주변에서 ‘살아계신 여호와’라는 명성, 소문을 통해 영광을 받기를 기뻐하십니다. 그래서 교회는 소문이 좋아야 합니다. 우리교회가 소문을 회복시켜 달라고 기도를 많이 했습니다. 교회가 소문이 안 좋다는 것은 하나님의 영광이 가리는 것이며, 교회가 소문이 좋다는 것은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필라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공부하며 필라지역 한인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할 때, 뉴욕장로교회는 미동부 일원에 최고의 명성으로 소문난 교회였습니다. 오랜 역사와 함께 교회 이름에서 보듯이 뉴욕장로교회는 대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담의 죄가 원죄가 된 것은 대표성 때문입니다. 우리 뉴욕장로교회가 안 좋은 소문이 난 것에 대해 회개할 부분이 많습니다. 뉴욕에 영적으로 단절되었던 부분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회개의 과정을 통해 좋은 소문이 나기 시작한다면,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뿐만 아니라 뉴욕이 영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새벽부흥회에는 1만6천불이 헌금되었는데, 제가 설립했으며 지금은 이용규 선교사가 사역하고 있는 자카르타 국제대학교에 지원했습니다.
성도들에게 담임목사로서, 우리교회에 할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는 최고의 부교역자를 데려오는 것입니다. 제가 사역했던 사랑의교회 후배 부목사 2명을 청빙했습니다. 저보다 더 많이 알고, 더 똑똑한 사람이 좋습니다. 단 한 가지 뒷담화를 하는 사람은 절대 안됩니다.
어려울수록 말씀의 기초로 들어가야 합니다. 사랑의교회에서 10년 동안 사역하면서 옥한흠 목사님에게서 '제자훈련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회본질이다. 우리가 제자 되기 위해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제자이기 때문에 훈련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제자훈련 이미지가 많이 추락해서 제자훈련이라는 말도 지혜롭게 사용해야 하는데, 옛날 뉴욕장로교회 제자대학을 회복하여 기초양육으로 시작해서 나중에 제자훈련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가을에 시작되는 제자대학을 통해 뉴욕장로교회가 말씀 훈련과 양육으로도 탄탄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최종적으로 미셔날 처치를 지향합니다. 그 미셔날 처치는 선교를 프로그램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적 DNA를 가진, 나침반이 자동적으로 북극을 가리키듯이 그런 차원에서 모든 성도들 가슴 속에 선교를 심어주고 싶은 소원이 있습니다. 미셔날 처치라는 큰 그림 안에는 해외선교만이 아니라 패밀리 미션도 있으며, 노아의 가족같이 하나님의 영광에 쓰임받는 성도들의 가족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뉴욕장로교회 주일예배와 수요예배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요예배는 더 많이 찬양하고 더 많이 기도하면서 은혜를 추구하며 영적으로 갑갑한 분들에게 만족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주일예배는 전통적인 말씀중심의 예배로 진행하며 균형을 이루어 가겠습니다.
개혁주의 보수는 형식이 아니라 말씀입니다. 한국교회의 보수들이 너무 형식과 연결시켜서 생각합니다. 팀 켈러 목사는 <센터처치>라는 책에서 우리교회같이 정통 개혁주의 보수성향의 교회들이 들어야 할 이야기를 했습니다.
팀 켈러 목사는 한마디로 말하면 '리디머교회를 절대 카피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리디머교회에 와서 맨하탄에서 어떻게 성공적인 목회를 하는지 보고 자신들도 따라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리디머교회는 나름대로 분명한 신학과 지역에 맞는 문화적인 접근을 하면서 가장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곳에 리디머교회를 세우지만 똑같은 리디머교회가 생기면 안된다'고 말합니다. '지역에 따라 문화의 옷은 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팀 켈러 목사는 '보수는 말씀이지 형식이 아니다'고 합니다. 리디머교회도 1~3부 예배가 다릅니다. 한국교회는 말씀이 아니라 형식을 가지고 보수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복음을 전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뉴욕장로교회도 틀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현재의 모습에 워낙 익숙하고 맞다고 생각하니 변화를 불편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오래된 교회일수록 전통을 존중해야 하지만 앞으로 변화해 나아갈 것입니다.”
인터뷰를 싫어한다고 했던 김학진 목사, 그러나 이종철 대표의 끊임없는 질문 - 질문은 거의 이종철 대표가 했다 - 에 김 목사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답을 내놓았다.
김학진 목사를 만날 때마다 갖게 되는 느낌은 소탈함과 겸손함이다. 그 소탈함과 겸손함이 뉴욕장로교회 성도들의 닫혀 있는 마음들을 열게 하고 품게 하는,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 도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장로교회가 김학진 목사의 말씀과 기도, 소탈함과 겸손함으로 무장한 리더십에 따라 든든히 서 가기를, 머지 않은 날에 예전의 영광을 회복하여 뉴욕뿐만 아니라 미주 전역에 좋은 소문이 난,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는 교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동욱 기자ⓒ 복음뉴스(BogEu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