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중심에 회상한즉...
본문 : (렘)애 3:19-25
대개 낙엽이 떨어지는 늦가을과 연말이 되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과거가 문득 문득 기억나게 됩니다. 대부분 즐겁고 기뻤던 기억보다는, 아쉽고 마음 아픈 기억들에 빠져 들어가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 기억하고 싶어지지 않아, 이미 흘러갔으니 “에이 부질없는 짓이지!” 하며 기억을 대개 중단합니다.
그러나 특별히 어디가 심히 아프거나, 죽음을 앞두거나 하면, 지나간 인생의 기억들을 진지하게 돌아보며 깊히 생각하게 됩니다. 단순히 수동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되새김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기억들의 진지한 회상(recall, call to mind)을 하게 됩니다. 결국 전과는 다른, 많은 심적 또는 인격적 변화를 갖게 되곤 합니다. 때로는 획기적인 영성의 변화를 경험하곤 합니다.
오늘 본문의 주인공인 예레미야 선지자가 그 중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그는 동 시대 다른 선지자들과 달리 패역한 동족들로부터 무수한 배척과 핍박을 받았습니다. 또한 유다와 예루살렘의 참혹한 멸망 현장에 있었습니다. 다니엘과 에스겔은 1차와 2차 포로로 각각 바벨론에 끌려가 그 곳에서 선지자로 활동하며 유다의 멸망의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러나 예레미야는 유다의 처참한 전쟁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서 끔찍한 참상과 비극을 직접 겪었습니다. 그 처참한 현장에서의 참담한 슬픔을 기술한 책이 바로 (예레미야)애가이며, 오늘 본문이 속한 3장의 첫 부분 역시 바로 그 고통의 일부분입니다.
그런데 예레미야는 오늘 본문에서 그 피하고 싶은 끔찍한 고통을 상기하며 쓰라린 아픔을 다시금 씹으면서 오히려 소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할렐루야!
그렇습니다. 단순한 기억과 눈물의 감상이 아니라 이처럼 진지하고 정직한 회상은 참으로 유익합니다. 과연 우리 신앙인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이 회상의 특권은 구체적으로 어떤 유익함이 있을까요?
1.우리 신앙인들의 회상은 하던 일을 멈추고, 안식을 취하게 합니다
본문 19-20절 “내 고초와 재난 곧 쑥과 담즙을 기억하소서[합니다] 내 심령이 그것을 기억하고 낙심이 되오나” I remember my affliction and my wandering, the bitterness and the gall. I will remember them, and my soul is downcast within me.
지난 일들을 돌아볼 때, 우리는 자신이 겪었던 고난과 고초, 쓰라린 아픔 등을 기억하며 고통스러워 합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즐거움보다 고통이 심해, 마음이 무겁고 낙심됨이 당연합니다. 때문에 아무런 일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냥 먼 하늘만 쳐다 보며, 한없이 눈물만 흘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무기력으로 인해,
1) 육체가 쉽니다. 일을 그쳐 생산과 성취를 그치게 합니다. (쉼없는 노력의 수레바퀴를 멈추는 안식) (모세오경의 안식)
2) 근심과 걱정, 긴장을 그치게 합니다. 정서적으로 쉽니다.
사례) 왕상 19장: 탈진한 엘리야 (그러나 그런 그에게 떡과 물을 공급하시며 잠들고 쉬게 하시는 하나님! 또한 그의 정서를 어루만지시는 하나님)
3) 영적인 쉼을 갖습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며,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엘리야는 하나님의 산 호렙의 굴에 머물며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새로운 사명을 받았습니다.
4) 자신의 미래를 하나님께 맡깁니다. (사실 안식일엔 만나조차 거둘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날 주일성수를 통한 안식은 성도로 하여금 일주일간 힘들게 하던 일을 그치고, 진정으로 몸과 마음과 심령이 안식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또한 우리는 자신에게 ‘일하라doing’ 하기보다 그냥 ‘있길(존재하길)being’ 허락할 때, 새로운 고요와 평강을 발견합니다. 우리 크리스천의 성공은 자신이 열심히 일해서 성취하는 세상의 출세가 아닙니다. 나아가 사역의 성과도 아닙니다. 하나님을 더욱 경험해 가며 하나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처럼 올 한해를 돌아보며, 또는 과거의 인생을 회상하는 기회를 가지시길 축원합니다. 그리하여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것 같이 지루하게 습관적으로 일하던 일상생활을 잠시라도 멈추기 바랍니다.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영적으로 쉴 수 있게 되시길 축원합니다.
2.마지막으로 회상은 우리 신앙인들에게 소망이 있게 합니다 (본문 21-25절)
본문 21절 “중심[마음]에 회상한즉 오히려 소망이 있사옴은” Yet this I call to mind and therefore I have hope:
어거지 해석인 것처럼 일견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역설입니다. 과거의 아픔을 되씹었더니 소망의 기쁨이 샘솟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할렐루야!
적용) 포스트-잇(post-it) 으로 인생의 사건들을 색깔별로 열거해 보십시오. 가령 파란색은 좋았던 사건들을, 빨간색은 어려웠던 사건들로... 그중 어떤 색깔이 인생에 유익했었나요? 빨간색이었지요? 그 당시는 고난과 고통이라 피하고 싶었던 때였지만, 오히려 성장과 성숙이 있게 했던 시간이었지요?
그러면 회상할 때 왜 소망이 있습니까?
1)여호와의 자비와 긍휼이 무궁하시어 우리가 진멸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본문 22절 “여호와의 자비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미가 선지자가 선포했듯이(미 7:18-19), 하나님은 우리의 죄와 허물을 더이상 기억치 아니하십니다. 때문에 우리가 멸망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더우기, 자비와 긍휼이 아침마다 새롭다 하였습니다.
본문 23절: “이것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이 크도소이다” (They are new every morning)
아침공기가 얼마나 상쾌합니까? 비온 뒤 하늘이 얼마나 맑습니까?
2)하나님이 우리의 영원한 기업이시기에 소망이 있는 것입니다.
본문 24절 “내 심령에 이르기를 여호와는 나의 기업이시니 그러므로 내가 저를 바라리라 하도다”
우리가 경영하는 기업이나 이 세상의 기업은 반드시 망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의뢰하는 우리들은 소망이 있습니다. 왜요? 하나님이 우리의 영원한 기업이 되시니까요.
3)또 왜 소망이 있습니까? 하나님은 자신을 기다리거나 구하는 자에게 선을 베푸시기에 소망이 있습니다.
본문 25절 “무릇 기다리는 자에게나 구하는 영혼에게 여호와께서 선을 베푸시는도다”
하나님은 절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아니합니다. 우리의 심령을 만족케 하시는 분입니다. 광야에서 물을 찾아 다니는 사슴에게 물을 공급하시는 하나님. 유대광야에서 쉴 곳을 찾는 다윗에게 휴식처를 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내가 아나니 재앙이 아니라 곧 평안이요 너희 장래에 소망을 주려하는 생각이라” (렘 29:11).
이 소망은 힘차게 창공을 날아오르는 독수리처럼 우리 신앙인으로 하여금 저 높은 곳을 겨누게 합니다. 우리에게 비전을 주시고 나아가 이미 주신 비전은 더욱 새롭게 합니다. 하나님의 영원한 생명과 아름다운 선율, 축복의 축제에 참여하게 합니다. 우리 모두 진지한 회상의 특권을 통해 하나님 안에서 종국엔 진정한 소망과 비전을 갖게 되시길 축원합니다.
이 해가 넘어가기 전에 올 한해 또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회상해 보십시다. 단순한 기억이나 감상적인 회상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기억의 고통을 대면하며 진지하게 회상을 하십시다.
하나님과 함께 하는 진지한 회상은 우리 신앙인들에게 큰 유익을 줍니다.
첫째로, 회상은 고통과 아픔 가운데 우리로 하여금 하던 일을 멈추고, 영혼육의 안식을 취하게 합니다.
둘째로, 회상은 우리에게 소망을 선물로 줍니다. 이는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이 아침마다 새롭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우리 신앙인들의 영원한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갈망하는 자에게 하나님이 선을 베푸시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방향을 새로 잡아주거나, 이미 갖고 있던 비전을 새롭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이제 12월 올해의 끝자락도 약 20일 가량 남았습니다. 우리 모두 올해가 속절없이 날아가기 전에 지난 과거를 진지하게 회상하는 특권을 누리시게 되길 기대합니다. 올해가 의미없이 지나가기 전에 인생의 매듭을 한번 확실히 맺으시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을 앙모하는 신앙인들에게 생명과 평안을 주시는 하나님의 소망으로 충만케 되시길 갈망합니다. 새해를 새롭게 맞이하며 힘차게 시작하실 수 있도록 이 연말에 준비 되시길 진정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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