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이사야(The Book of Isaiah)의 문학적인 관찰

지난번에 우리는 이사야의 시대적인 배경, 특히 앗수르 제국의 팽창력에 맞선 유다 왕들(사 1：1)의 반응을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이제 계속해서 이사야(서)의 문학적인 관찰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이사야에서 나타난 서술형 본문(Narrative＝산문)과 시형 본문(Poetry＝운문)의 구별

이사야 전체를 훑어볼 때, 우리말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문체적으로(style of writing) 한 가지 두드러진 특징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다른 곳에 비하여 확연하게 구분되는 곳이 바로 이사야 6∼8장과 36∼39장이라는 점이다. 다른 선지서(예언서)들처럼, 이사야도 대체적으로 시형(Poetry＝운문)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이 두 곳만큼은 아주 예외적으로 서술체(Narrative＝산문)로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통해서 이사야의 뼈대(frame)가 바로 이 두 곳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1) 1차 검증시험(Actualization)으로써 이사야 6∼8장(선지자의 소명과 아하스 왕의 반응) 

주전 8세기 선지자 이사야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소명은 하나님 백성의 눈과 귀가 닫히며 마음이 무감각하게 됨과 동시에 유다(예루살렘)는 ‘사람의 포로 됨과 땅의 황폐화’라는 끔찍한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언이다(사 6：9∼13). 이사야에게 임한 이런 예언(punishment)은 바로 앗수르 제국의 팽창과 맞물려 현실화되었다. 앗수르의 서진 팽창에 맞서서 아람과 이스라엘은 동맹을 맺고 앗수르에 대항하였다. 그리고 이들은 유다까지도 자기들 편으로 끌어들여 반앗수르 연합전선을 구축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유다 왕 아하스는 이들의 반앗수르 연합에 동참하지 않음으로써, 수로－에브라임의 전쟁(Syro－Ephraimite war, 아람과 이스라엘이 연합해서 예루살렘을 침공한 전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아람 왕 르신과 이스라엘 왕 베가는 유다 왕 아하스를 끌어내리고 꼭두각시 왕(다브엘의 아들)을 세우려고 하였던 것이다(사 7：1∼2, 6). 이런 배경에서 여호와께서는 이사야와 그 아들 스알야숩에게 명하여 ‘윗못 수로 끝 세탁자의 밭 큰 길에’ 나가서 아하스를 만나 권면토록 하셨다. “여호와의 말씀에 이 일(르신과 베가의 계략)는 서지 못하고 이루어지지 못하리라…… 만일 너희가 믿지 아니하면, 너희가 정녕히 굳게 서지 못하리라.”(사 7：7∼9)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전달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하여 유다 왕 아하스는 믿지 못하였고(불신앙하였고) 하나님의 뜻을 배척하였다. 쉽게 말하면, 아하스는 믿음의 방법(the way of faith)을 거절하였고 행위의 방법(the way of works)을 사용했던 것이다. 정치－외교적인 해결책으로써 앗수르 왕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눈앞의 작은 대적, 곧 아람 왕 르신과 이스라엘 왕 베가를 물리치게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결과로써, 곧 여호와의 말씀(전능자의 구원하실 방식)에 대한 유다 왕 아하스의 불신앙적인 반응의 결과로써, 이제 이사야 9∼35장에서는 유다와 열방에 대한 많은 심판의 말씀들은 물론이요 가끔씩 뚜렷한 구원의 소식이 제시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2) 2차 검증시험(Actualization)으로써 이사야 36∼39장(히스기야 왕의 반응)

비록 열왕기의 기록은 히스기야에 대하여 조금은 부끄러운 서술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사야(서)는 히스기야의 모습을 일관되게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히스기야 왕 제14년에 앗수르 왕 산헤립이 유다의 모든 성읍들을 취한 후에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앗수르의 대표(랍사게)가 예루살렘의 성벽 앞에, “윗못 수로 (끝), ‘세탁자의 밭’으로 가는 길에” 나타났다. 이런 배경에서 선지자 이사야는 히스기야의 세 신하를 통해서 예루살렘은 함락되지 않을 것을 확신시켰고 히스기야가 놀랍게 믿었던 것이다. 그는 믿음과 함께 앗수르의 예루살렘 포위로부터 구원을 경험하였다(37：36∼38). 또한 히스기야가 병들었을 때, 선지자는 그가 죽을 것이라고 하였지만, 그는 기도를 통하여 은혜를 입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생명 연장 15년을 허락하셨다. 특히 해 시계의 그림자가 뒤로 움직이는 징조까지 보여주셨는데, 이런 징조까지 경험한 서술은 그 부친 아하스 왕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참된 신앙인이었음을 분명하게 이사야 본문이 묘사하고 있다(사 7：10∼13).

이러한 결과로써, 곧 여호와의 말씀(전능자의 구원하실 방식)에 대한 유다 왕 히스기야의 신앙적인 반응의 결과로써, 이제 이사야 40∼66장에서는 유다와 온 세상에 대하여 많은 구원의 소식은 물론이요 가끔씩 뚜렷한 심판의 메시지가 제시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2) 이사야(The Book of Isaiah) 전체의 기본 패턴

이제 우리는 이사야에서 아주 예외적으로 나타난 두 서술체 본문(Narrative＝산문)을 뼈대로 해서 다음과 같은 이사야의 문학적인 기본 패턴을 만들 수 있다.

위의 기본 패턴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반드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아하스의 불신앙적인 반응이든 혹은 히스기야의 신앙적인 반응이든, 바벨론을 대한 뚜렷한 심판의 메시지는 양쪽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아하스 왕의 불신앙적인 반응 바로 다음에 이사야 13∼14, 21：1∼10에 그것이 나타나며 히스기야 왕의 신앙적인 반응 바로 다음에 이사야 46∼47장에서 그것이 분명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3) 불규칙적인 패턴으로 소개되는 ‘메시아’ 본문의 등장

이제 이사야 서론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메시아’ 본문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이사야 전체에 걸쳐서 메시아(복과 저주)에 관한 본문은 아주 불규칙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아주 주목해야 할 ‘메시아’ 본문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2：2∼4, 말일에 여호와의 성전의 산이 높아지는 까닭은 궁극적으로 메시아의 고난과 영광을 통해 이루어질 영광스러운 메시아 시대의 도래를 알린다(하늘과 땅의 연결점으로서 여호와의 성전의 산).

7：1∼17, 다윗의 후손 유다 왕 아하스의 그와 같은 불신앙에도 불구하고, “임마누엘”(God with us])의 징조(sign)을 알려주신다(처녀의 잉태와 아들의 탄생).

9：1∼7, 메시아의 탄생과 통치, ‘하나님의 아들’의 본성(이름과 연관된 본질적인 성품).

11：1∼16, 베어진 나무뿌리에서 가지가 나와 열매를 맺음(이새의 줄기에서 싹이 나서 결실함)： 그루터기에서 나온 메시아의 의로운／완전한 통치와 만민의 기호(a signal for the peoples).

여호와의 종의 노래： ➀ 42：1∼9 ➁ 49：1∼13 ➂ 50：4∼11 ➃ 52：12∼53：12

(종의 책임과 역할, 순종과 낮아짐과 배척, 죄를 짊어짐과 죽음을 통한 속죄)

구원에 대한 여호와의 초청장： 55：1∼13

회복과 구원, 성령으로 말미암아： 61：1∼9

4. 결론지금까지 우리는 이사야의 서론적인 관찰로서 시대적인 배경, 특히 앗수르 제국의 팽창력과 레반트 지역의 소수국가들의 반응, 또한 이사야 자체의 문학적인 패턴(유형)을 유다 왕 아하스와 히스기야의 반응을 뼈대로 해서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문학적인 기본 패턴에서는 보이지 않으나 바벨론을 향한 뚜렷한 심판의 말씀들과 불규칙적으로 여러 차례 등장하는 ‘메시아’ 본문을 확인하여 보았다. 이런 것들은 어디까지나 이사야 본문 자체를 살펴보기 위한 서론적인 관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필자 주 : 다음부터 필자는 이사야 제1장부터 차근차근 본문 자체를 살펴보기로 한다]

각주

1) 문체적으로 히브리어 구약성경은 대체로 2가지 문체로 구분된다. 그 하나는 오경이나 역사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서술체(Narrative＝산문)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형(Poetry＝운문)이라는 것이다. 흔히 시편, 욥기, 잠언, 전도서, 아가서 등이 바로 시형(운문)에 속한다. 다른 한편으로 분량에 있어서 이것들 못지않게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덩어리가 바로 선지서(예언서)다. 이들도 대부분 시형(운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선지서(예언서)는 아주 기본적으로 시형(운문)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렇지만 요나(서)는 예외(반대)라고 할 수 있다. 요나(서)는 대부분 서술체(산문)로 기록되어 있고, 오직 요나의 기도(2：2∼9)만 시형(운문)으로 기록되어 있다.

2) 혹은 ‘선지자 이사야와 유다 왕 아하스 사이의 전기적인 스토리’라고 말할 수 있다.

3) ‘깨닫는 마음과 보는 눈과 듣는 귀’에 대한 표현은 구약 선지자들과 신약 저자에게서 일관되게 사용되고 있다. 신명기 29：4(모세), 이사야 6：9∼10(이사야), 마태복음 13：13∼17(그리스도), 로마서 11：8(바울)을 참고하라.

4) 이사야 선지자보다 한 세기 정도 앞선 엘리야 선지자(주전 9세기)에게도 이에 버금가는 예언이 임하였음을 고려하라(왕상 19：11∼18). ➀ 여호와께서 바람과 지진과 불 가운데 계시지 않으시고 세미한 소리 가운데 계심(＝지금까지는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을 위하여 일하신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후로는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시대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스라엘 편에서 보았을 때 심판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즉 앗수르－바벨론－페르시아－그리스－로마 제국이라는 열강의 바다폭풍 속에 이스라엘(남과 북)은 완전히 휘말려버렸기 때문이다. ➁ 하사엘의 칼, 예후의 칼, 선지자의 칼(철저한 이중 혹은 삼중 심판)의 시대의 도래. ➂ 철저한 심판 중에서라도 백성의 유일한 소망은 하나님께서 남겨두실 완전한 숫자, 칠천 명에 있었다.

5) 심지어 여호와께서는 아하스에게 이들로부터의 구원에 대한 징조를 구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아하스 왕은 거절하고 말았다(사 7：10∼12).

6) 이때 앗수르의 왕은 디글랏 빌레셀 3세(주전 745∼727)였던 것으로 밝혀진다(왕하 16：7).

7) 혹은 ‘선지자 이사야와 유다 왕 히스기야 사이의 전기적인 스토리’라고 말할 수 있다.

8) 왕하 18：13∼16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히스기야 왕 제14년에 앗수르의 왕 산헤립이 와서 유다의 모든 견고한 성읍들을 쳐서 점령하였을 때, 산헤립은 은 300달란트와 금 30달란트를 정하여 히스기야에게 바치도록 명하였다. 이때 히스기야는 여호와의 성전과 왕궁 곳간(보물 창고)에 있는 은을 다 주었다. 심지어 왕은 여호와의 성전 문의 금과 자기가 만든 (성전의) 모든 기둥에 입힌 금을 벗겨서 모두 앗수르 왕에게 주었다고 밝힌다.

9) 이미 아하스 왕 때 “아람 왕 르신과 북 왕국의 베가 왕이 예루살렘을 치러 올라왔을 때” 이사야와 그의 아들 스알야숩이 아하스를 만난 장소이기도 하였다. 이사야(서)는 동일한 위기(예루살렘의 포위)에 대해서 동일한 장소에서 두 왕이 각각 어떤 반응을 하였는지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10) 물론 히스기야에게도 나쁜 스토리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사야 39장은 바벨론에서부터 온 사절단을 히스기야가 환영하였고 이것은 또 다른 비극에 대한 전조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사야(서) 자체의 문학적인 구조와 연관된 설명이기 때문에, 이 내용을 포함하지 않기로 한다.

11) 필자의 도표와 조금 유사한 것을 고려한다면, 무디 성경 주석(이사야서의 구조, 1119면)을 참고하라.

12) 열방에 대한 신탁의 시작과 마무리(13∼23장)가 ‘바벨론’이라는 사실은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다. 즉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창 11장, 계 17, 1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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