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신학교 이학년 때니까 지금으로부터 어느 덧 삼십 팔년 전에 윤덕수목사님 이란 분께서 저희 학교에서 부흥회를 인도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서울 수유리 지역에 위치한 수유리장로교회를 담임하셨습니다.
얼마나 열정적이시고 말씀을 빠르게 하시던지 집회 인도하시는 동안 한 사람도 졸지 않고 모두 다 은혜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분께서 집회 시간에 하셨던 말씀가운데 “정말 주님이 여러분 삶의 주인이십니까? 여러분들이 주님의 종으로 부르심 받았다고 해서 이 신학교에 왔는데 종처럼 살고 있습니까? 여러분의 평생 사역 가운데 주님만을 주인으로 모시고 종답게 살아가겠다고 매일 매일 다짐하며 기도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은 지금도 가끔씩 제게 사역에 대한 흥분과 도전을 주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윤덕수목사님이 어떤 분이셨는가를 알게 되었을 때 저도 그분처럼 살다갈 수 있기를 기도했고 그렇게 살아보려고 지금도 흉내를 내며 살고 있습니다.
윤목사님께서 저희 신학교에서 집회를 마치시고 1988년에 뇌출혈로 쓰러져 삼년이라는 시간을 병원에 식물인간으로 누워 계셨어야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그 교회가 속해 있던 노회에서는 임시당회장을 파송 할 테니 빠른 시간 내로 후임자를 물색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장로님들께 건의를 하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교회 장로님들께서는 노회 임원들을 만나 하나님께서 분명히 우리 목사님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우리는 갖고 있으니 한 번 더 임시 당회장을 파송하겠다고 하고 후임자를 알아보라고 하시면 우리 교회는 노회를 탈퇴하겠다는 결의서 를 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주부터 목사님 회복을 위해 온 교인들이 돌아가며 금식하며 철야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삼년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온 성도들의 간절한 기도로 인하여 목사님께서 조금씩 회복되었지만 뇌출혈 후휴증으로 인하여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을 때 장로님들께서 다시 설교해 달라는 요청이 목사님께 들어왔지만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윤목사님께서 거절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로님들과 교인들의 강권으로 뇌출혈로 인하여 반신불수가 된 몸을 이끌고 강대상에서 서서 어눌하게 설교를 시작했을 때 온 교우의 눈에 눈물이 흘렀었다고 본인이 간증했던 글을 읽었습니다.
반신불구의 몸으로 다시 목회사역을 시작한 윤목사님께 하나님께서는 천명이었던 교회를 만 명으로 부흥시켜주셨고 예배당에 오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큰 규모로 건축케 하시는 은혜를 주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교회를 크게 부흥시켰다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삶 가운데 평생 동안 오직 교회 사역과 복음전하는 일과 선교 하는 일에 평생을 헌신하다가 당신의 평생 기도하며 소원했던 대로 LA 지역에서 부흥회를 마치고 돌아가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발인 예배드리는 날 예배 당 안에 예배 마치고 돌아가는 교인들을 향해 불편한 몸으로 서서 한손에는 성경을 또 다른 손은 그들을 배웅하는 모습이 담긴 대형 브로마이드 사진과 함께 온 교우들의 마음이 담긴 한 구절이 있었는데 그것은 “목사님 사랑합니다. 보고 싶습니다.”라는 글자 였습니다.
그분이 돌아가신 후 많은 후배목사들이 그분의 영향을 받아 그분처럼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늘까지 전국에서 사역하고 있으리라 저는 믿습니다. 긴 인생을 살지는 않았지만 목사가 되어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가를 죽어서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언제 부터인가 후배목회자들이 생길 나이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늘 생각하는 것이 내가 죽으면 사람들에게 어떤 목사로 기억될까? 라는 고민을 하면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워지고 목사로서 옳은 것은 옳다고 이야기 하고 외롭고 힘들지만 덕이 되지 않는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에게 오해 받고 욕을 먹을지라도 목사답게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역을 하다 보니 때로는 억울한 일도 당하고 저도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라누군가를 미워하게 될 일이 생길 때 마다 제 성격이 나오지 않고 목사답게 행동할 수 있는 은혜를 달라고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가끔씩 후배목사들을 만나면 좋은 선배목사들이 없다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듣게 됩니다.헤어지고 나서 그분들이 왜 그렇게 서운하게 생각하고 말했을까를 생각해보니 저를 포함해서 많은 선배 되는 분들이 말씀은 잘 하시는데 하나님 말씀대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후배목사들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니라 먼저 목회자의 길을 걸은 우리들이 후배들 앞에 부끄럽게 살았기에 당연히 듣고 반성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선배목사가 된다는 것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의 고민도 들어주고 그들의 아픔도 들어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베푸는 삶을 살 때 그 모습을 보고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한 선배목사님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후배목사를 만났으니 선배로서 대접하시겠다는 마음을 말리면서 식사대접을 해드렸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동안 나도 저런 선배목사처럼 살다가고 싶다는 다짐을 다시 했습니다. 당신의 작은 사랑을 후배목사들에게 주시는 것이 기쁨이 된 다는 것을 아셨기에 그렇게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이런 삶이 목회자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일까요? 신앙생활에서 어떤 직분을 맡고 살든지 내 뒤를 따라오는 믿음의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고 나도 저분처럼 믿음생활하고 저분처럼 사람들을 돌보고 사랑을 나누어주다가 인생의 시간을 마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신앙의 선배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져 가는 자리입니다. 내 뒤를 따라 오는 또 다른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신앙의 선배로 사는 우리가 되어 보도록 노력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복음뉴스(BogEu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