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확행, 한번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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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관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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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이경규 씨가 ‘대확행’을 이야기하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대확행’이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의 ‘소확행’과는 반대 개념으로, ‘크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합니다. 몇 년 전부터 한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소확행’이 유행했지요. 이를 반영하듯 5년 전에는 가수 임창정 씨가 ‘소확행’이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가사 중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 퇴근길에 편의점 네 개에 만 원인 캔맥주 / 원플원 과자 두 봉 / 기다릴 울 냥이 통조림 간식 하나 / 세상 편한 차림으로 침대 위에 걸터앉아 최신 업뎃 영상 본다 / 눈 호강에 입속 가득 찬 단짠의 조화 / … 좁은 방에 매트 깔고 생전 처음 해 본 요가 / 체중계에 올라서서 어제와 같은 몸무게에 안도하며 / 배달 앱에 단골 식당 요리조리 찾아보고…” 이처럼 소확행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는 삶의 태도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경규 씨는 오늘날 젊은이들이 이런 작은 것들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경향에 대해, "그 행복은 결국 무언가를 소유했을 때만 가능하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그가 말하는 대확행은 ‘무엇을 가졌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행복하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소확행은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을 먹으며 ‘이게 바로 행복이야’라고 하며 SNS에 사진을 올리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경규 씨는 이런 행동이 자칫 남과 비교하고 자랑하려는 의식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반면, 대확행은 어머니가 도시락을 싸주시든, 안 싸주시든 상관없이 **“어머니가 살아 계시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무언가를 주셨기 때문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가 우리에게 큰 행복이라는 것이죠. 내가 지금 높은 연봉을 받아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일할 수 있음’ 자체가 행복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행복을 찾지 말고, 내 안에서 진짜 행복을 찾으라는 것이 이경규 씨의 조언입니다.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도 『소유냐 존재냐』에서 비슷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는 우리가 소유적 존재 방식을 택할지, 존재적 존재 방식을 택할지에 따라 사회의 방향도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소유적 방식은 끊임없이 물질, 권력, 지식을 움켜쥐려 하기 때문에 욕망, 경쟁, 소외, 불안, 인간의 도구화가 멈추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존재적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더욱 깊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무엇을 했기 때문에, 무엇을 얻었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그 자체가 바로 행복입니다. 세상 속에서 무기력하게 쓰러져 어깨가 축 처져 있을 때, 문득 십자가를 보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 그것이 행복입니다. 두 손을 높이 들어 찬양할 때, 나의 부족한 찬양도 하나님께서 들으신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그것이 감사이고 행복입니다. 세상에 자랑할 게 아무것도 없어도,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행복입니다. 매 주일 아침, 고민하지 않고 예배하러 갈 수 있는 교회가 있다는 것, 함께 찬양할 교우들이 있다는 것, 한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에도 박수 치며 웃을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참된 행복입니다. 둔탁하고 재미없는 설교일지라도 매주 최선을 다해 말씀을 전하려 애쓰는 목사가 있다는 것, 심지어는 시베리아 냉기처럼 썰렁한 아재개그에도 꺄르르 웃으며 들어주는 교우가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행복 아닐까요? 우리 교회는 행복한 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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