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자로 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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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자로 사는 일

김희건 목사 0 03.01 08:22
국제 사회는 정글과 같다. 강한 자가 살아 남고, 약한 자는 먹히고 만다. 몇 년전 남아공의 사파리를 방문했을 때, 눈이 부드럽고, 고운 영양 떼 네 다섯 마리가 옹기 옹기 나무 숲에 모여있는 것을 보았다. 그 숲속에는 사자도 있고, 악어도 있다고 한다. 항상 숨어야 하고, 피해야 사는 그 영양 떼가 너무 가련하게 여겨졌다. 
그 정글의 모습을 오늘날 세계가 목도하고 있다.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러시아가 힘없는 나라를 침략하고 파괴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제 사회는 남의 일처럼 방관하고 있고,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제한되어 있다. 국제 사회란 양육강식의 사회인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아, 힘없는 나라의 서러움이여!
이런 현실을 보면서,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염려의 마음을 갖는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앞길이 막연한데도, 나라 안에서 서로 기득권을 잃지 않겠다고 다툼질을 하고 있다. 무능한 정권에 의해 나라 국력이 거덜나고 있다는 생각에 분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다가오는 선거에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고 바랄 뿐이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도 사회 속의 작은 자임이 분명하다. 특히 타국에서 이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느낌을 더 깊이 갖고 살 것이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다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고아와 과부"의 하나님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마음을 놓게 된다.
이 세상에서 마땅히 의지할 대상이 없는 사람이 바로 고아요, 과부이다. 우리 믿는 사람들은 이 세상의 강자가 아니라, 약자일뿐이다. 우리 중에 권세를 가진 자, 사회적 지도층이 어디 있는가? 이름 없이 사는 풀뿌리들이다. 어렸을 때, 미음(ㅁ) 자의 큰 집에 열 가정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마음씨 넓은 주인이 가난한 사람들을 불러 들여 그냥 살게 한 것이다. 마치 그때 그 집의 생활을 현재 속에 계속하는 기분이다.
그런데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 낯선 땅, 움츠러들기 십상인 이 땅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붙드시고, 굴하지 않고 살게 하신 것이다. 일찌기 아브라함을 본토에서 불러 내어 가나안 낯선 땅에 살게 하시면서, 하나님의 신실하심으로 그들 붙들고 크게 하신 것처럼, 오늘날, 마음을 졸이며 살아가는 우리 작은 자들을 신실하신 능력과 긍휼로 붙들어 주셔서, 여기, 이날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
하나님의 아들께서 적은 무리를 바라 보시면서, "적은 무리여 무서워 말라, 너희 아버지께서 그 나라를 너희에게 주시기를 기뻐하신다"고 하셨다.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능력은 작은 자들에게, 작은 자들을 통해 나타난다는 사실이 놀랍고 감사한 일이다. 세계가 요동하고 흔들려도,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두르신다(감싸신다, surround)고 하신다. 이 하나님을 아는 백성은 참으로 복을 받은 백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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