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인근 들판을 찾아갔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운동하며 거닐 수 있었던 것도 작은 행복의 하나이다. 가을이 깊어 가면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나무였다. 붉은 색, 노란 색으로 변해있는 나무 잎들이 물 건너 보였다. 얼마 후면 그 나뭇잎도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을 것이다. 떨어지기 전의 나뭇잎의 변화는 무슨 뜻을 담고 있을까? 사라지기 전에 아름다운 모습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사람도 나이들면 많은 변화가 따르기 마련이다. 좋은 변화도 있고 경계해야 할 변화도 있다 하겠다. 좋은 변화는 눈에 보이는 현상을 그대로 수용하는 마음이 넓어지는 것 아닌가, 싶다. 젊어서는 무얼 변화시키고, 고치려고 했던 것이 나이 들면서 그대로 수용하는 마음을 더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마음은 자유와 평온함을 찾게 될 것이다.
나이 들어 좋은 것은 인간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것이 아닌가? 사람의 실상을 더 이해할수록 사람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그 낮춘만큼 실망할 일이 없어지고, 오히려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 앞에 있는 사람도 나와 같은 인간의 부류이고, 내가 나에게서 무얼 많이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서도 기대할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면, 마음이 참 자유스럽지 않은가?
나이 들면서 욕심이 줄어 드는 것을 말할 수 있다. 욕심이란, 무얼 얻고 마음의 채움을 얻고자 함인데, 세월을 살다 보면, 그 무엇도 우리가 찾는 채움(욕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 헛된 추구에서 자유할 수 있는 것도 큰 유익이다. 이런 지식도 사실은 성경의 가르침에서 오는 것이다. 이 세상 어떤 우물도 우리를 채울 수 없다는 주님의 말씀이 가르치는 교훈이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조심할 것은 고집이 늘어가는 것이다. 고집은 배우지 않는 사람들의 특허라 말할 수 있다. 배우는 사람은 배울 것이 많고, 자기에게 부족한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고집에서 자유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우리 믿음의 사람들은 매일 매일 하나님의 말씀의 가르침을 받고 사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고치고 변화를 추구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런 배움의 사람들은 고집에서 자유하는 힘을 얻는다 할 수 있다.
나이 들어 가는 우리들이 마음 써야 할 것은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떠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이미지를 남기고 떠날 것인가, 늘 생각하며 준비하며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착한 사람으로 남기 원하고, 겸손한 사람으로 기억되기 원하고, 베풀며 사는 사람으로 사람들 속에 남기 원한다. 무엇보다도 장차 서게될 주님 앞에서 어떤 모습으로 서게 될 것인가를 미리 생각하고 사는 것이 신앙 생활이라 하겠다. 산다는 것, 세월이 지날수록 잠깐의 삶인 것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