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st Virginia 식품점에 들렸다고 몇몇 화분이 있어 그중 하나를 사왔다. 일주일이 안되서 벌써 노란 수선화 꽃이 피었다. 봄이 되면 맨 먼저 피는 꽃 중 하나이다. 특이하게 봄에 피는 꽃의 색갈은 노란 색이 많다. 대표적인 것은 민들레 일 것이다.
길고 추운 겨울을 지나온 사람들에게 샛노란 빛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것 같다. 수선화도 그 중 하나이다. 작은 몸짓을 하고 있으면서 서둘러 꽃을 피우고, 노란 얼굴로 쳐다 본다. 이 겨울 속에서도 밝고 노란 꽃을 볼 수 있어 반갑다.
멀리서 누나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Home care center의 책임자에게 전화가 왔다. 누나를 일주일에 하루 더 돌보는 것을 의논하고 결정하였다. 75세된 미국인 할머니인데 신실한 크리스찬이었다. 지난 번 누나 집을 찾아와 만나 계약에 관한 의논을 마치고, 이분이 나서서 기도로 마치고 떠났다.
어디 가나 신실한 크리스챤을 만나는 일은 반가운 일이다. 이들은 이익을 앞세우지 않고, 생명을 앞세운다는 생각 때문이다. 혹 다시 가봐야 하는 생각을 하다 좋은 분을 만나 그분을 믿고 의지하기로 했다. 더우기 이번 금요일에는 5-8인치 눈이 온다고 해서 마음에 눌림이 앞섰다. 눈길에 그 먼 길을 찾아가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면서, 성경을 읽고 말씀을 준비하고, 2월 새 학기에 가르칠 신론 책을 들여다 보다가 수선화 꽃앞에 이르렀다. 반가운 얼굴에 우선 사진을 찍었고, 수선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보답이 될 것 같다.
일찌기 영국 시인 William Wordsworth(1770-1850)가 쓴 Daffodil (수선화)가 생각났다. 외로히 언덕을 지나가가 끝없이 피어있는 수선화를 보고 쓴 시이다. 그 수선화를 보면서, 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생각하였고, 집에 와서 소파에 누워있는 시간에도 그 수선화 영상을 인해 즐거워한다는 시이다.
특이한 사실은 한국에 있을 때, 수선화 꽃이 핀 화분을 응접실에 두고 잠깐 소파에 잠이 들었는데, 그 수선화 향기로 숨이 막힐 정도로 호흡이 곤란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미국에서 보는 수선화 꽃에는 향기가 없다. 아무리 코를 가까이 대어 보아도 향기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도 샛노란 꽃으로 눈을 즐겁게 해준다. 이 세상에서 보고 또 보면서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사람은 어떨까? 성경을 읽고 전하는 삶을 살다 보니까, 성경이 증거하는 사람은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모른다. 정말 마음으로 믿고 가까이 할 수 있는 사람은 귀하고 귀하다. 그러나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익을 따라 오고 가는가!
저 수선화가 얼마나 머물러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매일 아침 밝은 얼굴을 대할 수 있어 반갑고 고맙다. 살아 있는 생물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은 4년 전 갖다 놓은 행운목이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는 데 있다. 전에 사택에 살 때는 일년을 버티지 못하고 시들었는데, 창가에서 묵묵히 씩씩하게 자라서 신기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이 겨울에 생명들이 가까이 있어 즐거움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