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일 가왕전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일본 엔카 가수, 16살의 이즈마 아키라는 가수가 부른 목포의 눈물을 들을 때,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목포의 눈물은 1935년에 그 유명한 가수 이난영씨가 부른 노래이다. 1935년도란 한국 역사에서 참혹한 시기였다. 일본 식민지 지배가 한창 세력을 발할 때, 우리 한국민은 얼마나 눌려 지냈을까? 그 당시 목포는 호남평야의 쌀을 일본으로 실어나른 항구였다.
노래 구절 구절 속에는 그 당시의 한과 슬픔이 느껴진다. 거기에 이난영씨의 애절한 목소리가 더해져서 듣는 내내 가슴이 저며오는 노래이다. 그 노래를 일본 가수가 부르는데, 10대의 감성적인 목소리에 실려 듣는 내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내렸다.
한때 억눌린 식민지 지배 속에서 한을 쏟아 놓았던 노래를 21세기 일본 가수가 그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이, 시대의 변화를 체감하고, 한편의 긍지를 느낄 수도 있었다. 노래 가운데 노적봉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생겨난 것이다. 조선 시대 먹을 양식이 풍부함을 보여 주기 위해 노적봉에 볏단을 덮어 왜군을 속였던 것이다.
일본 가수는 그 노적봉을 노래하였다. 그 역사적 배경을 알고 있을까? 한때는 쇠약함으로 일본에 짓눌린 때도 있었지만, 대한민국이 이제 대등한 국가로 인정받는다는 사실도 마음 뿌듯하게 다가왔다. 고국은 지난 30년 국제 사회에서 얼마나 그 위상이 높아졌던고! 한이 충만한 노래가 감동을 가져왔고, 그 감동이 흐르는 눈물로 표현되었다.
중학교 시절, 그 노적봉이 서 있는 유달산에 올라가 멀리 보이는 삼학도를 바라보았던 추억이 있다. 지금은 그 도시가 얼마나 변해있는지, TV를 통해 볼 때가 있다. 몸은 고국을 떠나 멀리 살고 있지만, 마음은 항상 그곳을 보고 듣는다. 십대의 일본 가수가 부르는 노래 속에는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전해졌다. 노래 한 곡이 이렇게 나이 먹어가는 사람의 마음에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