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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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들으며

김희건 목사 0 04.14 17:41
오늘 아침에 듣는 클래식 음악이 왜 이리 마음에 큰 감동을 줄까? 베에토벤의 운명 교향곡으로 시작해서 레스피기의 음악 순간 순간이 깊은 환희와 감동으로 다가온다. 음악을 들을 때 대개는 듣는 사람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그 감동이 달라질 수 있다.
집 사람은 한 달 반 예정으로 한국으로 떠나갔고, 홀로 아침을 먹고 먕연히 듣는 음악이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음악으로 말하자면 오래 전 대학 입학과 함께 내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되었다. 대학 시절, 휴교가 길어진 때, 홀로 방안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 나를 같은 영문과 학생이 몹시 부러워했던 것이 기억된다. 김한영 그 친구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종로 5가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동숭동에 있었던 문리대를 오고 갈 때, 그 음악 멜로디가 머리 속에 출렁거려서 그 멜로디를 따라 걸어 다녔다.
세기가 지났지만, 그 음악을 듣는 삶은 변하지 않았다.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CD를 사 모으는 일이 취미였다. 시간과 여유가 있으면 CD 가게를 들랑거리며 사 모았다. 그런 것이 천개도 넘어, 지난 번 이사할 때 친구에게 많이 주고, 교회 자선 기간에도 넘겨주고 왔다. 요즘은 WQXR FM 음악의 내용과 질이 좋아 굳이 CD를 들을 필요가 없어졌다.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까, 앰프, 스피커 모으는 것이 또다른 취미가 되었다. 그렇게 모으다 보니까, 벽 한 쪽은 앰프와 스피커, CD players, Tuners로 장식이 되었다. 모두 8개의 조합이다. 이것 저것을 듣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목사의 삶, 신학교 선생의 삶이라는 넉넉하지 않은 조건 속에서 이런 것들을 모았으니, 얼마나 큰 정성의 산물인지 모른다.
음악을 좋아하는 데, 아쉬운 것은 이 음악을 함께 나눌 이웃이 없다는 것이다. 그 감동을 함께 나눌 친구가 있으면 그 즐거움을 서로 나누면서 좋은 교제를 이룰 수 있을텐데 아쉽게 여겨진다. 대개 클래식 음악은 16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작곡된 것들이다. 이들 시기는 군주제가 서구 사회를 지배했던 시기이다.
왕의 통치 속에 이런 음악이 발달했다는 것이 특이하다. 사회 속에 질서와 평강이 유지되었기 때문에 그런 시기에 이런 고전 음악이 발달하지 않았을까, 싶다. 유럽의 군주 제도 밑에서 음악, 문학, 그림, 철학, 신학의 귀한 유산을 남겨 두지 않았던가? 오늘날 정치 제도는 혼란스럽기까지 해서, 이런 제도가 인간을 위한 최선의 제도인가, 의문이 든다. 그렇다고 독제 정치를 옹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례로 교향곡을 생각하면, 한 사람의 지휘 아래 모든 악기 연주자들이 자기 역할을 수행함으로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음악이 연주된다. 한 사회 속에도 그런 지휘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 지휘를 신뢰하고 자기 역할을 할 때, 한 사회의 평강과 질서가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닌가? 오늘날 고국의 정치 상황을 들을 때 혼란의 세계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음악을 즐기는 나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은 진실, 순수함, 아름다움이라 생각한다. 그런 나는 거짓말과 거짓말 하는 사람을 몹시 싫어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물질과 자기 성취에서 의미를 찾는 것 같다. 그러면서 마음들은 얼마나 초조하고 사나와지는가? 우리 생명과 삶은 내가 붙들고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으신 창조주 하나님이 붙들어 주심을 믿는다.
그 사실을 믿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쉬지 못하는 삶을 살지 않고, 더 고상한 것을 추구하며 살기를 원할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추구하는 이상(理想)에 의해 만들어 질뿐 아니라, 어느날 심판주 앞에 서게 된다. 어떻게 사는지는 자기의 자유일지 몰라도, 언젠가, 그분 앞에 서는 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사는 것이 삶의 지혜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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