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보내온 사진에 의하면 벌써 낙엽이 지고 가을 풍경이 물씬하다. 어제는 혼자 들판으로 나아가 걷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 저기 가을의 흔적이 보인다. 아직 나무 잎은 푸른 빛을 지니고 있지만, 6월의 색깔이 아니다. 조금은 나이든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반팔과 반 바지를 입고 나갔다고 쌀쌀한 바람에 조금은 추위를 느꼈다.
계절은 소리 없이 바뀌고, 한 두 달이 지나면 무성한 나뭇잎들은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나무가지만 남아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가을을 싫어했다. 인생의 끝이 연상되고 죽음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대신 5월이 되면 마음이 들뜨고 하루 하루가 아쉬웠다.
이제 지긋한 나이로 살면서 계절의 변화에 무심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 같다. 좋아도 싫어도 계절은 바뀌는 것이요, 그 계절을 수용하고, 적응할 뿐이다. 과거와 달라진 것은 가을의 아름다움을 찾고 즐기고 싶은 것이다. 여기 미국 뉴저지의 가을 풍경은 한국과 다르지 않지만, 나무와 자연 속에 느끼는 감성은 다르다. 한국에서는 너무와 풀들과 일체감을 느꼈다면, 여기서는 낯선 느낌을 갖는다. 아직도 이방인의 정서를 떠나 살지 못한다.
그래도 여기서 얽매이지 않은 자유와 자신의 삶과 일을 좇아 살 수 있다는 것이 항상 감사로 다가온다. 이민들의 삶은 대개 한정적이다. 직장, 세탁소, 네일 가게, 미장원, 식당 등 작은 가게 운영, 일부의 전문직, 그리고 많은 교회와 목회 사역자들이다. 신학교도 많고 졸업자들도 많지만, 목회하는 일은 쉽지 않다. 코비드 이후 많은 교회가 문을 닫는다. 한국 교회도 같다는 말을 듣는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세상 사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 지는 것 같다. 이곳에서 듣고 보는 뉴스 속에서 웬 사건, 사고는 그리도 많은가? 토요일 아침 집 앞 유대인 회당을 지나는 데 경찰 차가 두 대가 밖에서 지키고 있다. 유대인들은 미국 사회를 주름 잡는 세력으로 성장했지만, 항상 그 신변에 불안을 느끼는 것 같다. 안전한 세상은 어디 있을까?
그런 세상 속에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우리 아버지, 우리 목자가 되셔서, 우리 생명과 출입을 지켜 주셔서, 오늘 여기까지 살아 올 수 있었다. 하루 하루 평범한 삶을 산다는 것이 작은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의 표현이 분명하게 느껴져 마음으로 감사하게 된다. 어서 속이 유럽 땅의 전쟁이 종식되고, 한국에는 불법과 거짓으로 살고 있는 자들에게 공의가 적용되고, 의롭게 진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머리를 드는 사회로 변화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