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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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의미

김희건 목사 0 08.15 06:59
올림픽 경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승자와 패자의 상반된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한국 여자 탁구팀에 패배한 독일 팀은 머리를 들지 못하고 힘들어 했다. 승자는 뛰고 즐거워할 때, 패자는 머리 숙여 패배의 쓰라림을 삭이는 것 같다. 메달을 못 따면 무슨 보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올림픽에 참여했다는 것으로 의미를 찾는 사람이 있을까?
이 세상은 승자를 위한 세상인 것 같다. 패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 그러나 승자에 해당되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고, 많은 사람들은 패자의 이름으로 사라진다. 경기하는 사람들은 그 소수에 들어 상을 받고, 보상 받는 그 목표를 위해 신명을 다하는 것 것 같다. 그러나 승자가 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고, 어느 순간 패자로 물러나야할 때만 남게 된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승자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승자를 위한 싸움을 싸우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패배를 경험하고 사는가? 단순히 운동 경기뿐 아니라, 인생이라는 삶의 전장에서 오늘도 사람들은 생존경쟁의 싸움을 싸우며 살아간다. 우리는 승자인가? 패자인가? 아니면 승패를 오고가는 삶을 살고 있는가?
지난 주일에 읽었던 시편 139편에 의하면, 우리에게 되어진 일이 있기 전에 이미 하나님의 생명책에 다 기록되었다 한다. 나는 그 말씀을 믿는다. 또 롬11: 36에 의하면,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간다"고 한다. 한 개인과 역사를 해석하는 중요한 틀을 제공해 주는 의미심장한 말씀이다.
우리 삶은 우리가 선택하고 주도하고 이루어가는 삶이 아니라, 창조주요, 보존자이신 하나님의 뜻 안에서 시작되고 펼쳐지고 보존되는 삶을 산다. 내가 이날까지 이루며 살았던 것은 내가 성취한 것이 아니라, 일찌기 하나님이 예정하신 삶을 지나온 것뿐이요, 그 모든 성취는 하나님의 은혜와 선물로 주어진 것이다. 성취가 있다면, 허나님께 돌아갈 감사의 제목일 뿐이다.
우리의 실패의 원인을 하나님께 돌릴 수 있을까? 우리의 실패도 하나님의 뜻 안에서 가능하다. 그렇다고 우리의 실패를 하나님께 돌릴 수 없다. 우리 자신의 무지와 연약함과 어리석은 욕심 때문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모든 죄와 허물은 내 몫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리석은 본성을 따라 실수하고 넘어지는 것뿐인데, 하나님이 도우셔서, 건져 주셨고 붙들어 주셔서 살아왔다. 내 실수와 허물과 죄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모두 갚아 주셔서, 정죄받지 않고, 오히려 그가 베푸신 의와 생명을 힘입어 살게 되었다.
나는 살아 오면서 자주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스스로 묻게 된다. 내 존재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묻는다. 지나온 삶을 반추하면서 갖는 결론은, 모든 것이 하나님이 붙들어 주셨고, 좋은 것을 내려 주셔서, 이날까지 살아 왔다는 것이고, 지난 날의 성취에 대해 감사의 마음이 가득하다. 내 존재의 의미는 하나님을 떠나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
내가 사는 이유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복음, 거룩한 말씀을 증거하는 데 있다. 그 말씀이 내게 생명처럼 귀한 것임을 알기에, 그 말씀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증거하는 것을 내 존재의 이유로 삼고 있다. 교회 안에서나 신학교에서 성경 속의 복음을 전할 때 가장 신나는 까닭도 거기 있는 것 같다.
이 나이에 이르러서도 할 일이 있고, 내가 섬길 장소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이 전도의 사역이 미국 교회로 확장되는 것도 신기하다. 이 달 말이면 신학교도 개강한다. 종말론이라는 흥미있는 과목을 가르치는 일로 마음이 설레인다. 요한 계시록도 취급할 것이다. 이 책은 성경 전반, 특히 예수님과 사도 바울의 가르침과 조화를 이루는 일이 중요하다.
인생에는 실패도 성공도 없다. 오직 하나님 안에서 감사할 일뿐이고, 실패의 경험은 우리를 다시 하나님의 창조의 원 장소로 내려 주는 것뿐이다. 하나님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자, 가장 작은 자를 찾아 창조의 능력을 나타내시고, 영광을 홀로 받으시는 분이시다. 성공했다고 그 공로를 자신에게 돌리는 일은 하나님의 선물로 스스로 높아지는 일인지라, 자랑하는 일을 조심해야 한다. 사실을 말하자면, 자랑은 못난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실패했다고 절망하는 것도,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무지와 불신의 열매일뿐이다. 우리는 오히려 실패의 경험 속에서 하나님을 깊이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패는 하나님의 창조와 긍휼과 능력을 아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귀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의 어리석고 연약한 죄인됨을 알았기 때문에 구원의 주님을 십자가에서 만날 수 있지 않았던가? 실패의 경험으로 좌절할 것이 아니라, 무에서 유를 창조하시는 하나님 앞에 나아가, 그를 바라 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실패 속에도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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