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씀이 새롭게 떠오르는 까닭은, 목회를 떠난 후, 자칫 마음이 해이해지는 것이 아닌가, 두려움 때문이다. 매일 새벽 말씀, 수요 예배 말씀, 주일 예배 말씀을 준비하며 살던 삶에 느슨함이 따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난 주일에는 가정 예배를 드리고 그 말씀을 기다리던 분들에게 보내 주었다. 물론 새벽 말씀은 계속 보내고 있다.

하나님이 나에게 맡기신 사명은 말씀, 성경을 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분명했다. 하나님의 말씀과 뜻을 바로 전해 신앙 생활하는 백성들에게 바른 길을 제시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믿고 있다. 은퇴를 해서 그런 삶에서 자유하다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을 고쳐 먹었다. 묵시가 없으면 방자히 행하기 쉽고, 더 나아가 망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 경고가 된다.

교회라는 장을 떠나 이 시대에는 이런 SNS 통로를 통해 쉽게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다. 2024년이 시작되면서, 눈에 띄는 것은 이 세상에 재난과 어려움이 몰려 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안전한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생존이 불투명한 세상을 살고 있음을 경험했다. 이 시간 일본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추위와 불편 속에 견디고 있는가?

지난 주 금요일, 집으로 돌아 오는 길 사거리에서 난데없이 들이닥친 차가 내 차 왼쪽 뒤편을 들이 박았다. 미국 생활에서 처음 겪는 교통 사고였다. 차는 빙돌아 길 한가운데 섰고, 조금 후 토잉되고, 나는 주섬 주섬 차 안에서 물건을 챙겨 터벌 터벌 집으로 돌아왔다. 차 앞에서 air bag이 터졌고, 차 뒷편을 깊이 찌그러졌고, 뒷편 바퀴는 모두 터져 있었다.

그런데 내 몸에는 별다른 상처를 받지 않아, 걸어 돌아 올 수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내 기억으로는 분명히 상대방 차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 들었다고 생각한다. 경찰 report는 2-3주가 지나 나온다는 변호사 사무실의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지연되어도 될까? 너무 한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멀리 누나는 당장 도움이 필요한데 도움의 손이 보이지 않는다. 다음 주에는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 새해 처음부터 이런 일이 닥친 이유나 목적은 무엇일까? 사람들에게 이유를 찾지 않고, 하나님의 뜻이 어디 있는가를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이런 일을 생각할 때 먼저 하나님의 뜻을 생각하게 된다. "모든 일을 그 마음의 원대로 역사하시는 하나님"(엡1: 11), "만물이 주에게서 나와서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가느니라"(롬11: 36). "너희 머리털까지 다 헤아리시느니라" 이런 말씀 속에서 나에게 닥친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뜻 안에서 주어진 것임을 믿는다.

그리고 항상 믿고 가르쳤던 것은 "우리 주님이 다스리고, 우리주님이 구원하신다"는 메시지였다. 모든 일이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선하신 뜻 안에서 주어진다고 믿고 가르쳤다. 그래서 이 시간 조용히 하나님을 바라 본다. 이런 일들을 통해 이루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선하신 뜻은 무엇일까?

내가 믿고 전하는 하나님은 선하신 하나님이시다. 모든 일을 선하신 뜻 안에서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이라는 뜻이다. 당장은 어이가 없고, 창세기 1: 2절의 혼돈과 캄캄함이 지배하지만, 하나님은 이런 일들을 통해 하나님의 선하심과 영광을 드러내실 것을 믿는다.

이런 나에게 힘이 되는 말씀은, "내가 항상 내 앞에 계신 주를 뵈었음이여, 그가 나로 요동치 않게 하기 위해 내 우편에 계시도다(행2: 25) 말씀이다. 신앙 생활은 순간 순간, 우리의 생명과 구원이 되신 주님을 바라 보는 삶이다. 우리는 무엇을 바라 보는가에 따라 반석처럼 요동하지 않을 수 있고 갈대처럼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일을 통해 하나님이 어떤 일을 이루시는지, 조용히 믿음과 인내로 지켜 보며 기다리고자 한다. 이런 묵시가 없다면, 우리들은 공중 분해가 되기 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