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줄

붉은 줄

김희건 목사 0 2023.10.25 07:06
오늘 청명한 가을 날씨에 여러 목사님들이 워싱턴 다리 밑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풍성한 음식을 준비해서 모두들 즐거운 식사의 교제를 나누었다. 맑은 공기, 가을의 정경,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은 30미터도 넘는 큰 포플라 나무였다.  
포플라 나무를 보면 옛날 대학교 앞에 줄지어 섰던 포플라 나무가 기억된다. 나무 기둥이 얼룩 달룩 마치 예비 군복을 연상케 했다. 이곳에 이사 오기 전에 동네 이름이 Poplar street였다. 그때도 키큰 포플라 나무들이 길가에 서 있었다.
미국에 와서 사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청정한 공기와 우거진 나무 숲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 보는 정겨운 느낌은 갖지 못한다. 한국의 숲과 나무는 마치 몸의 분신처럼 가까이 느껴진다. 컴퓨터를 통해 한국의 골프 경기를 보면서 눈에 들어오는 고국 산천의 모습을 볼 때, 그 나무들, 풀들이 주는 감동은 남다르다.
오늘 말씀을 전해 주신 목사님은 여호수아 2: 18절을 본문으로 설교해 주셨다. 나는 그 본문 중의 "붉은 줄"의 의미를 개인적으로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머지 않아 침략해 오는 이스라엘 군대들에 의한 파괴와 살상을 피하기 위해, 라합의 가정 창문에 "붉은 줄"을 매어 달라고 지시했다.
그 "붉은 줄"은 곧 임박한 재난 속의 구원의 줄과 같은 것이다. 이스라엘 군대들은 그 줄을 볼 때, 라합의 가정을 파괴 중에 구원해 줄 것이다. 그 붉은 줄은 파괴와 멸망 중의 구원의 수단으로 전해졌던 것이다. 이 붉은 줄은 현재와 마지막 때 구원의 수단으로 길이 길이 전해질 것이다.
세상을 주관하시고 심판하시는 하나님은 죄와 불법의 땅에 심판을 행하실 때, 하나님이 제공한 구원의 수단을 의지하는 백성들은 그 파괴와 멸망 중에 구원해 주실 것이다. 그 붉은 줄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첫째는 십자가를 생각할 수 있다. 십자가는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이 내려진 곳이다. 동시에 십자가는 대속의 죽음을 의지하는 백성들이 심판에서 구제받는 장소이기도 하다. 우리는 십자가 그늘 밑에 머물러, 현재와 장차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에서 건짐을 받는다.
하나님은 미리 구원의 수단을 정해 주시고, 믿는 백성들로 그 밑에서 안전을 찾도록 해 주셨다. 죄와 불법은 하나님의 은밀한 심판의 대상이다. 그런 심판에서 하나님은 십가가의 공로를 의지해서 피난해 온 백성들을 지키시고 구원해 주신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앙망하는 마음들은 거기서 용서와 안식을 찾게 된다.
다른 한편, 그 "붉은 줄"은 우리들에게 주신 구원의 약속을 의미한다. 때론 악으로 말미암는 위험이 가까이 다가올 때, 우리들은 하나님의 구원의 약속을 붙잡고 의지해서 피할 곳을 찾는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너의 하나님이라," "두려워 말라. 나는 너의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여호와는 내 생명의 능력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 하리요?"
삶이 불안하고 위험을 느낄 때, 하나님의 백성들은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의지함으로, 신실하신 하나님의 도움을 받고, 위기의 날들을 헤쳐나간다. 살아 계신 하나님, 전능하신 아버지는 그 말씀을 붙잡고 의지하는 자녀들을 붙드시고, 하나님의 신실하신 구원을 베푸신다.
이 하나님에 대한 체험을 가진 백성들은 어떤 환난을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고, 담대함으로 살뿐 아니라, 그 구원의 하나님을 이웃 속에 증거할 수 있다. 악이 기승을 부릴수록, 악인들이 요란하게 떠들수록, 하나님의 백성들은 이 구원의 하나님과 거룩한 말씀을 붙들고 살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
오래전 라합의 가정이 그 붉은 줄에 의지해서 재난의 날에 구원을 받은 것처럼, 오늘도 하나님의 백성은 이 붉은 줄과 같은 구원의 수단을 굳게 붙잡고 삶으로 말미암아 세상을 이기고 하나님의 승리를 선포하며 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신자들에게 삶이란 하나님을 체험하는 계시의 여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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