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을 깨뜨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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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을 깨뜨려 보자

한준희 목사 0 2023.06.30 07:32

언젠가 한국 TV에 혼자 사는 빈민 노인들의 실태를 다큐멘터리로 방영한 것을 본 일이 있었다. 아주 좁은 1-2평짜리 단칸방에서 사는 노인의 방에는 온갖 용품으로 가득하다. 한쪽 구석에 소형 TV가 있고 그 위에 이불, 벽에는 각종 옷, 방바닥에는 주방용품, 그리고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전기밥솥 등등 단칸방에 겨우 한사람 누울 수 있는 공간 외에는 발 딛을 틈이 없다. 

 

언뜻 보아 정리정돈이라도 해 놓으면 어수선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너저분한 살림살이가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취재하고 있던 방송사 PD가 정리정돈을 하려고 이것저것을 정돈을 하는데 할아버지가 벌떡 화를 낸다. 아니 편리하게 잘 살고 있는데 왜 이것저것을 만져서 사람 헷갈리게 만드느냐고 화를 낸다,

  

할아버지는 지금 살고 있는 단칸방이 조금도 불편함이 없단다. 방 안에 앉아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한다. 아마 단칸방에서 오래 살다보니 이제 익숙해진 모양이다, 눈감고도 뭐가 어디에 있는지 손만 뻗으면 다 해결할 수 있단다. 말 그대로 지금 여기가 좋사오니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는 것이다.

 

목회 30년 넘게 하면서 설교를 했으니 세상말로 목회, 설교에 도사가 되었다. 예배에도 거룩함이 없다, 강대상에 당당하게 올라가서 당당하게 설교한다. 이렇게 예배를 드리고 설교를 하는 것에 대한 익숙함이라 할까 별로 하나님에 대한 긴장감도 없다. 예배순서도 이제는 자동으로 진행한다. 찬송가 가사도 외우다시피하여 보지 않고도 감동없이 잘 부른다. 기도도 술술 나온다. 무슨 기도를 해야겠다는 준비도 안했는데 그냥 잘한다, 익숙해져서 그런 것 같다.

 

그 동안 많은 명설교를 했다고 생각되는데 성도들에게서 은혜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드물다. 지난 주 설교도 그 설교, 이번 주일 설교도 그 설교라고 여기는 것 같다. 어쩌다 오래전에 했던 예화를 또 했더니 예배 후에 성도들이 수근거린다. “그 예화 벌써 몇 번 들은 거야성도들 기억력이 너무 좋아 같은 설교도 못하겠다. 그래서 실토했다. “설교 당신네들이 30년 해 봐, 같은 소리 안하게 되나,” 그렇게 불만족스럽게 여겨도 우리목사님 설교 외에 다른 목사님 설교는 귀에 안 들어온단다. 성가대도 우리교회 성가대가 최고라고 한다. 성도나 목사나 지금 우리 교회에서의 예배에 모두 익숙해져서 더 이상 변화되는 것에 관심이 없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차를 운전하고 가는 길도 다니던 길로만 간다. 어쩌다 다른 분의 차를 타고 가면 다른 길로 가는 것이 못마땅하다, 왜 멀리 돌아 가냐고 한마디 해서 내가 다니던 길로 유도를 한다. 내가 다니던 길이 빨리 가고 익숙해서일까, 그냥 그 길이 편하다.

 

오랜 세월 노숙자로 살았던 분들에게 단칸방이라도 제공해 주기 위해 교회 차원에서 뒷마당에 간이 숙소를 지어주고 재활을 돕는 교회를 보았다. 그런데 담당 목사님께서 하신 말이 기억난다. 노숙자들이 처음에는 기뻐서 감격하더니 한달도 안 되었는데 여러 명이 나가 버렸단다. 다시 노숙자들이 기거하는 장소로 가버린 것이다. 그들이 떠난 이유는 간단하다. 교회에서 제공하는 것들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노숙자들끼리 어울려서 지내고 길에서 자유롭게 자는 것이 편하다는 것이다. 좋은 환경에 무료로 제공되는 숙소를 마다하고 다시 자신들이 익숙하게 살았던 곳으로 돌아간다. 그거 더 편하고 좋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노숙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 두뇌는 좀 이상하다. 당연히 불편하고 나쁜 것을 배척해야 하는데 이런 나쁜 것들도 반복해서 사용하거나 몇 번 지내다 보면 익숙해져서 불편하고 나쁜 것이 나에게 맞는 이상한 아집이 생긴다. 그래서일까 익숙해진 것들이 반복되다 보니 익숙한 것들에 대해선 아집도 아주 강하다. 그 아집을 수십년 익숙하게 사용하다 보니 그것이 이제는 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일까 남의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새로운 것이 불편하고, 변화되는 것이 마치 수십년을 쌓아온 내 탑이 무너지는 것 같아 불안해지고 두려움도 생긴 것 같다.

 

문제는 그 익숙함에 머물다 보니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의식이 사라졌다. 실패를 해도 뭔가 찾아가보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나 미지의 세계도 여행해 봐야겠다는 젊었던 생각들이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대로 안주하다가는 익숙함에 젖어 하나님마저 거룩한 영광을 속된 사역으로 변질되어질까 두려운 마음이 든다.

 

어찌 보면 세상은 내가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보다 더 좋고, 더 넓고 깊고 다양한 것들이 깔려 있었는데도 내가 익숙했던 것만 쫓아다니다 보니 진짜 좋은 것들을 얼마나 많이 놓치고 살았는지 이제야 눈이 뜨인다. 한번 익숙함에서 벗어나보자, 벗어나 보니 내 주위에 내가 하고 있는 것보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수백 배 좋은 것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이제 다 늙어서 뭘 도전하고 뭘 다시 하겠다는 건가, 지금까지 해 오던 것들이나 마무리 잘 하게...” 난 이 말에 동의하지만 그래도 난 도전할 것이다. 그 이유는 어차피 인생은 마무리를 잘하고 끝날 인생이 아니다. 그냥 미완성으로 끝날 것을 뭘 마무리한단 말인가, 그냥 죽는 날까지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면 마지막도 새롭게 느껴질 것 아닌가,

 

이제 일상생활을 반대로 돌려 봐야겠다. 안 가던 길도 돌아서 가보고, 안 먹던 음식도 먹어 봐야겠다. 또 다양한 외국인 친구들과도 사귀어도 보고, 멈췄던 외국어 공부도 다시 해보고, 안 가던 나라도 한번 가보자. 예배도 같은 순서에 의해서 수십년을 드렸던 방식에서 벗어나 거꾸로 예배를 드려보자, 그렇게 했다고 하나님께서 헷갈리실 분은 아니지 않는가.

 

머물러 있으면 익숙해진 것도 썩는다는 것을 요즘 알았고, 편리해진 것이 나의 눈을 가리고 감각을 둔하게 만든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일까 전에는 경이롭게 여겨지던 것이 이제는 하나도 경이롭게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과감하게 익숙한 것들을 깨뜨려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 보자,

 

사울의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벗어져 다시 보게 된지라 일어나 세례를 받고(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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