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찬양 공동체
글 : 이선경(퀸즈프리칼리지 지휘자)
포스트 모더니즘 이후, 인류는 개인적 자유와 합리적 이성에 근거한 사회 변화를 가져왔다. 이 흐름은 사고의 객관성이란 측면에서 신앙의 영역에 까지 영향을 끼쳤다. 전통적 신앙에서 공동체는 예배와 찬양의 형식으로 체계화 되고 정립 되어 왔고 그 속에서 찬양의 역사적 흐름 또한 시대와 사조에 의해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갖게 되었다. 특별히 공동체 안에서 찬양의 기능과 예배 찬양의 영적 영향력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혁신과 변모를 가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양은 공동체 삶 속에서 끊임 없이 부르고 불려진다. 펜데믹 이후 공동체 안에서의 찬양의 본질과 기능적 역할 그리고 믿음의 찬양이 주는 영적 의미를 상고해 본다.
구원의 본질로, 찬양
찬양은 구원 받은 성도들의 삶의 간증이다. 성경 역사의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 찬양은 예배에 의해 복음과 구원을 주제로 노래한다. 구약에 나타난 멜기세덱의 찬송은 아브라함에게 승리를 주신 하나님을 찬양한다. “천지의 주재시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여, 아브람에게 복을 주옵소서” (창세기 14:19) 멜기세덱의 찬양으로 아브라함은 은혜를 깨닫게 되었다. 또한 아브라함은 전쟁의 승리와 능력이 하나님에게서 온 것임을 찬양을 통해 알게 되었다. 멜기세덱의 찬송으로 말미암아 아브라함의 공동체에 미친 영향은 결국 개인 뿐만이 아니라 공동체를 향한 구원의 하나님 즉, 복음의 찬양으로 증거해 보인 것이다.
다윗의 찬송은 어려움과 고난 중에 하나님의 구원과 은혜를 고백한 체험적 찬양이였다. 시편 118편 14절에 “여호와는 나의 능력과 찬송이시요 또 나의 구원이 되셨도다.” 구원 받은 자만이 찬송 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구원의 주체가 하나님이심을 명확히 찬송한다. 구원의 기쁨은 개인과 공동체에 영적인 기능과 공감을 형성한다. 공동체에서 영적 공감 형성은 함께 찬양하며 예배 드릴 때 형성된다. 찬양에 담겨 있는 구원의 메시지는 회복과 치유를 통한 하나님 은혜의 본질을 깨닫고 공동체의 하나됨을 이룬다.
개인과 공동체에 구원은 가장 큰 사건임에 분명하다. 하나님의 구원의 행위에 복음의 본질을 우리 공동체의 삶으로 찬양해야 한다. 구원은 어느 누구도 구원을 이루기 위해 상응하는 업적과 행위가 전제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나 공동체가 찬양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찬양의 기능과 역할
조지 스타이너 (George Steiner)는 “참 현존이 분석적으로 보여지거나 다른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때 … 찬양은 참 현존이 매우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게 한다. 찬양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이성 이외의 논리와 감각에 직면하게 된다. 참으로 그것은 생명의 형태를 발생 시키는 존재의 원칙에서 작용하는 논리를 지칭하는 가장 진실한 이름이다.” 직면하는 찬양, 이성에 의존되는 찬양이 아니라 논리와 감각에 호소하는 찬양, 우리 일상의 존재론적 생명을 만들고 그 생명은 공동체 안에서 영적인 기능과 감성적 기능까지 역할을 한다. 스타이너의 표현대로 찬양은 가시적인 분석으로 표현되지 못한다. 찬양은 언어의 제한을 뛰어 넘는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의 역동성을 발생시킨다.
“할렐루야 새 노래로 여호와께 노래하며 성도의 모임 가운데서 찬양할지어다.” (시편 149:1) 찬양의 기능적 역할의 두 가지 측면을 성경에서는 하나님과 공동체 안에서의 찬양으로 언급한다. 이 두 가지 기능은 동시에 일어나고 찬양해야 하는 공동체의 의무와 당위를 부연 설명해 준다. 사무엘 하 6장에서는 하나님의 궤가 다윗 성으로 들어 올 때, 다윗의 찬양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다윗은 먼저 하나님 앞에 번제와 화목제를 드렸다. 곧 예배가 찬양임을 다윗을 통해 알 수 있다. 예배의 성격으로 찬양은 회중과 공동체를 향한 하나님의 은혜와 기쁨의 축제인 것이다.
믿음으로, 찬양
유대인은 어디를 가든지 그들의 공동체를 형성해 왔다. 공동체의 믿음은 신앙의 핵심이다. 믿음은 관념이 아니다. 오랜 전통, 믿음을 유산으로 전수해 온 유대인 공동체나 초기 기독교 공동체도 한 믿음의 신조로 예배하며 찬양했다. 예배의 의전적 요소가 구체화 되면서 시대에 따라 외형상 변화를 가져 왔으나 본질적으로 믿음의 토대 위에 찬양은 지속성과 영속성을 가진다. 함께 살아가는 믿음의 근거는 생명의 근원 되시는 하나님을 통해 공동체가 세워지기 때문이다.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들로 서로 화답하며 너희의 마음으로 주께 노래하며 찬송하며 범사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항상 아버지 하나님께 감사하며” 에베소서 5장 19-20절 말씀에 찬양은 감사로 표현되고 매일의 일상 생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찬양함을 보여 준다.
찬양은 인간만이 소유한 특권이다. 그 특권을 부여하신 하나님께 일상으로 찬양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찬양의 영적 탁월성에서 비롯된다. 하나님은 공동체로 우리를 부르셨다. 부르신 공동체는 찬양한다. 우리가 우리에게 규정 짓는 공동체가 아니라 성령에 의해 찬양의 공동체로 지음 바 된 것이다.
어떻게 찬양으로 반응 할 것인가. 경탄하며 찬양하라. 페리코레시스 (perichoresis)로 찬양하라. 그럴 때 공동체의 충만한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들과 은혜를 찬양하라. 믿음 위에 찬양하라. 공동체에 거룩한 영으로 충만하게 될 것이다.
함께 부를 노래
“내가 여호와를 찬송하리니 그는 높고 영화로우심이요 말과 그 탄 자를 바다에 던지셨음이로다. 여호와는 나의 힘이요 노래시며 나의 구원이시로다. 그는 나의 하나님이시니 내가 그를 찬송 할 것이요 내 아버지의 하나님이시니 내가 그를 높이리로다.” (출애굽기 15장 1-3절)
성경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함께 부르는 찬양이 등장한다. 민족의 역사적 사건에는 찬양의 증거가 포함되어 있다. 세대와 세대를 지나가며 기억해야 할 은혜의 순간 마다 찬양은 다음 세대를 위해 전수되어 왔다. 이것은 찬양의 현재성을 의미한다. 과거의 일도 미래의 일 조차도 찬양은 현재로 해석된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찬양이 지금에도 불려지며 시대를 초월해 미래에도 불려지기 때문이다.
찬양해야 할 이유와 의무는 성경을 통해, 역사를 통해 직시할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공동체에서 함께 부를 노래가 있는가. 후손에게 남겨 줄 믿음의 멜로디가 있는가. 공동체의 삶으로 노래하는가. 시대를 뛰어 넘는 찬양의 제목이 있는가.
공동체 찬양은 시대적 역사의 위기를 넘어서는 새로운 지평을 쓰게 될 것이다. 믿음으로 고백하는가. 과거와 미래를 현재로 부르는 찬양, 역사적 증거로 불려질 그 한 소절, 어린이와 노인이 공감하는 노랫가락. 공동체의 삶의 고백으로 불려질 그 찬양. 함께 부를 노래가 있는가…
* 2022년 10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7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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