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문

[오종민] 무엇을 남기고 떠나시겠습니까?

복음뉴스 0 2022.12.21 17:42

제목 : 무엇을 남기고 떠나시겠습니까

: 오종민 목사(뉴저지우리교회

 

20051218일 주일 밤에 한 젊은 육군대위가 한국에 있는 일반병원 응급실에 급하게 실려왔습니다.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2003년 군의관으로 입대한 의사였는데 유행성 출혈열이라는 병으로 입원하게 된 것입니다.

, 후배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진료와 함께 그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던 사람들의 바람을 뒤로 한 채 200615일 밤 서른세 살이라는 짧은 나이에 그 젊은 의사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를 기억하며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은 그가 왜 그렇게 빨리 세상을 떠나야만 했고 하나님은 왜 그를 그렇게 일찍 부르셨는지에 대하여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아들의 몸을 마사지하며 하나님 보다 자식을 더 사랑한 죄가 있다면 용서해 달라고, 차라리 자신의 생명을 아들 대신 거두어 달라며 새벽마다 저녁마다 교회에 가셔서 눈물로 기도하시던 아버지 장로님과 어머님 권사님의 기도를 뒤로 한 채 사랑했던 한 가정의 막내아들이 그렇게 세상을 떠난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죽고 났을 때 세상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한 젊은이의 죽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청년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이고 죽음 뒤에 이 땅에 남기고 가야할 진정한 가치 있는 일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큰 대학병원 의사나 원장도 아니었고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나 미국의 유명한 의과 대학에서 공부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의학도의 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예수를 전하는 삶을 살고 싶었던 꿈 많은 젊은 의사였습니다. 단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의료 사태로 다른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파업을 했을 때도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마음으로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삶을 살았고, 어린소녀 환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가 인형을 주고 새벽열차를 타고 돌아온 바보 같은 의사였습니다. 간호사가 실수로 비싼 약병을 깨뜨렸을 때 그 간호사 모르게 자신의 돈을 써가며 약병을 채웠던 바보 같은 의사였고, 병원매점 앞에서 구두를 닦던 어르신을 볼 때 마다 정중하게 인사하며 따뜻한 말을 건넸던 의사였습니다. 병원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볼 때 마다 집안 어른을 뵌 것처럼 정중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던 인간미 있던 의사였고, 교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때문에 유급을 당하면서도 믿음생활에 본이 되는 삶을 살려고 애썼던 바보 같은 의사였습니다. 그의 가방 안에는 책과 찬양 테잎이 있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며 위로와 격려 그리고 비전을 주려고 노력했던 의사였습니다.

서울 영락교회 창립이래 한 젊은이의 죽음에 사천 명이 넘는 조문객들이 다녀갔다는 사실은 그의 삶의 흔적이 얼마나 아름다웠는가를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얼마 후부터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과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그가 살았던 짧은 인생에 관한 내용들이 책으로 출판되게 되었는데 그 제목이 <그 청년 바보 의사>입니다. 그 의사가 바로 고려대학교 91학번 안수현 의사입니다.

2009년 대한민국 문화관광부에서 금년의 우수교양도서로 선정할 만큼 아름다운 내용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과 함께 어떻게 사는 것이 참 가치 있는 인생을 사는 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안내서로 세상에 나오게 된 것입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읽어보면서 내가 죽고 나면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라는 질문을 제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습니다. 저 역시 저를 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참다운 목사답게 살다간 사람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헛된 명예욕에 사로 잡혀 주변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교회를 힘들게 하는 목사가 아니며 교회를 이용하여 내 욕심을 채우는 삶이 아닌 섬기는 자로서 주님의 말씀 따라 신실하게 성도를 돌보는 종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저에게도 찾아올 죽음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신실한 목사로 살았던 사람이었다고 기억되고 싶습니다.

태어나면 언젠가 죽는 것이 삶의 이치인데 사는 동안 내 자신이 어떻게 사는 가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을 기억하며 사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안수현이라는 의사는 서른셋이라는 짧은 인생을 살다갔지만 그의 삶을 통해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쳐서 또 다른 안수현 의사와 같은 삶을 살게 만드는 일을 하였습니다. 인생을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며 사는 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 때문에 누군가가 행복하고 나 때문에 웃을 수 있고 나 때문에 삶에 희망을 가질 수 있으며 나의 삶의 모습을 통해 또 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드는 삶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평상시에 생각하며 사는 말귀가 있습니다. “모름지기 눈 덮은 광야를 걷는 그대의 발걸음을 조심할지니 오늘 그대가 걷는 발걸음은 훗날 그대의 뒤로 따라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이나 행동에 대하여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리고 이것들이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일인가? 아니면 가슴을 아프게 하는 나의 욕심이며 욕망에 사로잡힌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며 살아가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번 흘러간 시간은 절대로 되돌릴 수도 없고 수정할 수도 없는 것이 인생입니다. 헛되고 부질없는 명예욕이나 언젠가 없어질 물질 때문에 친구를 잃어버리고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는 삶이 아닌 칭찬 받고 존경받는 삶이 무엇인지를 날마다 생각하며 사는 지혜로운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하여 언젠가 하나님 앞에서 결산해야 하고 심판 받아야 할 날이 우리 모두에게 반드시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은 하나님의 은혜였지만 그 인생의 시간을 어떻게 엮어가며 채워가는 가는 전적으로 나의 책임에 달려 있습니다. 인생이란 시간을 보내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전과 유익 그리고 좋은 모델이 되는 삶을 살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을 수 있는 우리들의 삶이 될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 2022년 12월 14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8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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